밤엔 운동 말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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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을 설쳐 피곤할 때는 오후 3시 전에 20~30분 토막잠을 자는 게 좋다. [중앙포토]

수면에는 리듬이 있다. 수면은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렘수면(REM·Rapid Eye Movement)과 난렘수면(Non-REM)이 반복하며 이뤄진다. 이 두 가지 수면이 밤새 4~5회 교차해야 숙면을 취하고 피로가 풀린다. 하지만 고온·다습·빛처럼 다양한 외부 환경은 이 리듬을 깬다.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철 수면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① 졸리면 오후 3시 전에 토막잠 30분

아침에 일어나면 30분 이상 빛을 쬔다. 뇌에서 수면리듬을 조절하는 생체시계에 빛이 감지돼야 신체가 깨어난다. 특히 아침에 햇빛 샤워를 하면 밤에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햇빛은 낮에 분비되는 수면물질인 아데노신의 분비도 돕는다. 전날 잠을 설쳐 낮에 졸리면 20~30분 토막잠을 자는 게 좋다. 파워 냅스(power naps)라고 하는데, 피로회복을 돕는다. 수면의 질이 점차 떨어지는 노인이 규칙적으로 낮잠을 자면 활동이 늘고 초저녁 잠이 많이 감소한다. 하지만 토막잠은 오후 3시 이전에 해결해야 한다. 늦은 오후의 낮잠은 밤잠을 미리 당겨오는 것이어서 역효과다. 새벽에 올림픽을 응원해야 한다면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일어나 부족한 수면시간을 채운다. 늦게 자더라도 기상 시간은 지킨다. 그래야 수면리듬이 유지된다.

② 저녁엔 20~30분 정도 산책이 적당

숙면을 취하려면 낮에 신체활동을 늘려 신체를 약간 피곤하게 한다. 반면 밤에는 활동을 줄여야 한다. 열대야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운동하는 것은 독이다. 운동은 그 자체로 잠을 깨우는 각성효과가 있다. 운동 후 신체가 안정을 찾기까진 1~2시간 걸린다. 여름에는 새벽이나 잠들기 2시간 전에 운동을 마친다. 저녁 활동은 20~30분 정도의 산책이 적당하다. 잠이 오지 않을 땐 운동보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한다. 잘들 땐 체온이 약 1도 떨어져야 숙면을 취할 수 있는데, 샤워가 도움이 된다. 찬물 샤워는 피한다. 중추신경을 자극하고 혈관을 일시적으로 수축했다가 확장시켜 체온이 올라간다. 가급적 오후 4시 이후에는 카페인이 함유돼 각성 효과가 있는 커피·홍차·드링크제는 마시지 않는다. 뇌에서 분비되는 수면물질의 작용을 방해한다. 잠들기 전 알코올과 고칼로리 음식 섭취, 흡연도 뇌를 자극한다. 허기를 느낄 땐 따뜻한 우유 한 잔이 좋다. 우유의 트립토판 성분이 수면을 유도한다.

③ 잠들기 1시간 전 실내온도 20~22도로

숙면을 취하려면 실내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체온이 떨어질 수 있게 실내온도를 낮춘다. 여름철 잠들기 좋은 온도는 20~22도, 습도는 약 50%다. 자기 전 에어컨을 약 1시간 동안 가동해 집 안의 기온을 낮춘다. 자는 동안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은 피한다. 실내온도가 너무 낮으면 신체가 체온을 올리기 위해 근육운동을 시작해 잠들기 힘들다. 선풍기는 멀리 떨어뜨려 놓고 잠자리에 든 후 1~2시간만 가동한다. 습도가 높으면 창문을 열어 환기시킨다. 조명의 밝기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잠들기 1시간 전부터 조명을 끄거나 어둡게 한다. 뇌에서 분비되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어두워야 분비된다. 수면 중 잠깐 형광등에 노출돼도 분비량이 감소한다. 화장실을 갈 땐 빛의 파장이 길어 은은한 빛을 내는 작은 보조등을 사용한다. 잠자리에 누워 15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침실을 나온다. 집중이 필요하지 않은 독서를 잠시 하다가 잠자리에 든다.

도움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홍승철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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