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도니 역사 집요하게 추적 '한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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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를 들추다 보면 "과연 그랬을까" 라는 의문 때문에 생각이 잠시 머뭇거리는 경우가 있다. 가야 김수로왕의 부인 허왕후가 인도 아유타국에서 시집왔다는 대목, 백제가 중국에 식민지를 건설했다는 주장, 9세기께 신라 수도 경주에는 현재의 인구보다 많은 1백만명이 살았다는 기록 등 '좀체 믿기지 않는' 우리 역사 속의 목소리들을 대할 때다.

『한국사 그 끝나지 않는 의문』은 현존하는 국내외 역사기록과 고고학적 발굴 성과 등을 토대로 우리 역사의 '사실' 과 '거짓' 을 가름하는 데 힘을 쏟아 온 저자가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1, 2』(1999년.김영사) 이후 다시 선보이는 작품이다. 책에서 저자는 권력자의 통치이념에 맞춰 신화와 전설적 요소로 윤색된 기록과 엄정한 '역사적 사실' 사이의 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허왕후의 출신지에 대한 저자의 고찰은 남다르다. 결론부터 소개하자면 허왕후의 출신지는 나중에 불교를 믿게 된 그의 후손들이 정치적 의도에서 조작했다는 것이다.

책은 김수로왕 당대에는 불교가 가야국과 신라지역에 전승되지 않았던 점을 유력한 증거로 제시한다. 아울러 삼국유사 가야석탑조(條)의 "질지왕이 허왕후를 기리는 왕후사를 창건하여… 남쪽의 왜를 복속할 수 있었다" 라는 기록에 주목한다. 책은 가야국과 왜의 당시 교류기록, 한반도 남쪽의 고고학적 발굴성과 등을 토대로 '허왕후는 당시의 해양세력인 왜 출신일지도 모른다' 는 결론에 도달한다.

책은 이어 고구려 장수왕이 중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높이 6.39m의 거대한 광개토대왕비를 세운 이유, 고려시대의 무신집권자들이 스스로 왕이 되지 않은 배경,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의 속뜻 등을 두루 살핀다. 흥미를 본위로 한 주제설정이라는 인상도 주지만 그 내용은 한국과 중국.일본의 사서에 나타난 다양한 기록, 국내외 고고학적 성과를 망라하고 있어 긴장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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