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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명분 신종 마약 팔려던 주한미군 이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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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현역 주한미군이 신종 마약을 밀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국내에 신종 마약을 들여와 판매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미8군 2사단 소속 L이병(22)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L이병이 구속되면 현역 주한미군 중 마약사범으로 구속된 최초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밀수한 마약의 양도 미군 관련 마약 범죄 중 최대 규모다.

 검찰에 따르면 L이병은 인터넷을 통해 몰래 마약을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올 1월 국내에서 헝가리·미국의 인터넷 마약거래 사이트에 접속해 구입한 마약을 국제우편을 통해 국내로 들여왔다.

 L이병이 이런 식으로 밀수한 마약의 양은 3480g. 시가 1억2000만원어치다. 성인 7000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알려졌다.

 특히 L이병이 들여온 마약은 ‘스파이스’ 또는 ‘스컹크’로 알려진 신종 마약의 화학 구조 일부를 변형한 합성대마(JWH-122, 210)로 알려졌다. 합성대마는 액체 형태로 환각 효과가 일반 대마의 다섯 배에 달한다. 원래 의약품으로 사용하지만 담뱃잎 등에 뿌려 흡입하는 방식의 마약으로 악용돼 왔다.

 L이병은 밀수한 대마를 6~8차례에 걸쳐 다른 미군과 주변 외국인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L이병이 한국인에게도 마약을 판매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까지 확인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3월 주한미군 출신 B씨(21)를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B씨가 L이병과 함께 신종 마약을 밀반입해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B씨는 마약 복용 혐의로 주한미군에서 불명예 제대한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L이병, 미국인 A씨(23)와 함께 살며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9년 30g에 불과했던 합성대마 압수량은 2010년 605g, 2011년 3059g으로 급증했다. 특히 올 1~5월 압수한 합성 마약 중 전·현직 주한미군이 밀수하다 적발된 비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주한미군이 국내 마약 시장의 대표적인 ‘공급책’으로 부상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현직 주한미군 등이 마약 밀수·유통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며 “관세청·세관 등 관계 기관과 공조해 마약 공급책 등 배후 조직이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오는 23일 주한미군으로부터 신병을 인계받는 대로 L이병을 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현행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검찰은 주한미군을 구속한 뒤 24시간 내 기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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