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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착륙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2~3년 힘든 시기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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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앤디 셰

“누군가 세계 경제를 구해야 한다면 이번에는 (2008년과 달리) 미국이 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앞으로 2~3년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 것이기 때문에 기대할 게 없다.”

 중국 상하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코노미스트 앤디 셰(50)는 “중국 경제의 하강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 등 주요 경제위기 상황을 날카롭게 분석하면서 유명해진 경제분석가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중국 경제 순항하고 있나’란 주제로 18일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중국 경제, 얼마나 힘든가.

 “정부 공식 통계보다 산업현장의 통계를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올 들어 중국의 철강 및 석탄 가격이 약 20% 떨어졌다. 전력 소비 증가율은 사실상 0%다. 건설현장에 가보면 공사는 거의 중단 상태다.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 위기로 수출은 전망조차 할 수 없다.”

 -얼마나 지속될까.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말한 대로 앞으로 2~3년은 힘든 시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경착륙(하드랜딩)에 직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중국의 은행 시스템이 여전히 건전하고, 경기 급랭을 막겠다는 정부 의지도 강하기 때문이다. 올해 목표치인 7.5% 달성은 가능해 보인다.”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얘긴데, 어떤 카드가 있겠나.

 “선택적 부양책이 있다. 철도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3000억 위안의 철도채권을 발행했다. 이 돈으로 철도 건설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허용하고 있다. 이번 부양 규모를 굳이 따지자면 6000억~7000억 위안 정도로 추산된다. 2008년에는 4조 위안이었다.”

 -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보이는데.

 “금리 조정의 여지가 크지 않다. 내린다 해도 경기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중국 역시 유동성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의 장기 성장 전망은 어떤가.

 “발전 모델을 바꿔야 한다. 정부 주도의 성장 방식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투자 효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민간부문의 역량이 강화되고, 서비스 산업이 성장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치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집단지도체제를 감안할 때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이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과 한국 경제는.

 “미국은 미약하나마 회복 국면을 보이고 있다. 양적 완화를 다시 추진하면 세계 경제의 갈증을 식혀줄 것이다. 한국은 잘 버티고 있는 듯하다. 다만 부동산 버블 붕괴, 과도한 가계부채 등 위험 요인도 있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에 너무 의존하는 구조도 문제다.”

글=한우덕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아태본부 수석 이코노미스트. 2006년 모건스탠리를 떠나 금융컨설팅업체 로제스톤을 운영 중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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