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중간정차 허용해줘야"

중앙일보

입력

2일 오전11시20분 충남 천안 톨게이트앞 교차로. 톨게이트를 막 빠져나온 고속버스가 대학생 대여섯명을 근처에서 내려주려다 말고 1.5km떨어진 종합터미널로 줄행랑을 쳤다.

한국도로공사가 교통혼잡 유발 및 긴급차량 진출입 방해 등을 이유로 주.정차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톨게이트와 인접한 천안시 안서동에는 단국대.호서대.상명대.천안대.천안외국어대 등 5개 대학이 있다. 총 학생수는 3만5천명으로 안서동 주민 2천8백명의 12.5배.

이중 70%인 2만4천5백여명이 수도권 학생들이고 그 가운데 천안에서 자취.하숙을 하는 학생 7천여명과 학교버스.기차를 이용해 등하교하는 학생 1만5천명을 제외한 2천5백여명이 고속.직행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는 고속.직행 버스들이 톨게이트앞에서 내려줘 학교 반대방향에 있는 종합터미널까지 갈 필요없이 이곳에서 시내버스와 택시를 갈아타고 학교에 갔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 천안지사는 중간정차를 금지하고 택시를 타던 자리에는 주.정차 방지석까지 세웠다.

지난달 30일 오후 단속을 피해 톨게이트서 내린 김모 (21.여.서울 서초구 방배동.호서대 3년)
씨는 방지석앞 차로에서 위태롭게 택시를 잡고 있었다. 택시가 못서도록 한 방지석이 학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전에도 고속버스들이 학생들 부탁으로 톨게이트앞 교차로를 조금 벗어난 8차선 대로에서 학생을 내려주고 있었다. 게다가 수업시간에 쫓긴 학생들은 학교방향으로 가는 택시를 잡기위해 무단횡단도 무릅쓴다. 사고위험이 뒤따르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학생들은 도로공사에 여러번 정차허용을 진정했고 천안시도 지난해 11월 옛 일반고속버스 중간정차장를 다시 활용하는 방안을 공식 요청했으나 도로공사측은 "일부 학생들만의 편의를 생각해 교통혼잡 가중을 묵인할 수 없다" 며 거부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통학하는 홍모 (27.천안대 4년)
씨는 "학교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오후나 휴일에는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며 "학생들의 통학 고충을 감안, 중간정차를 허용해 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한편 시는 톨게이트서 종합터미널 방향으로 40여m 떨어진 곳에 인도를 좁혀 중간정차 장소를 만들고 건너편에 버스정류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천안 = 조한필 기자 <chop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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