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 드러낸 관음도, 원시의 숲 속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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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와 그 북동쪽 관음도를 잇는 연도교가 착공 4년 만인 지난달 완공됐다. 섬 둘레가 현무암 절벽으로 둘러싸여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했던 관음도를 걸어서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사진 울릉군]

지난 14일 오전 경북 울릉군 북면 천부리 섬목 지역. 군청을 출발한 자동차가 해안을 따라 난 울릉도 일주도로를 1시간여 달려 닿은 곳이다. 눈앞에 파란 현수교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이 놓여 있었다. 울릉도에서 100여m 떨어진 무인도인 관음도(觀音島)를 연결하는 보행 전용 다리였다. 길이 140m에 높이 37m, 폭 3m 규모다.

 관음도는 면적이 7만1388㎡로 울릉도에 딸린 섬 중에선 죽도, 독도에 이어 셋째로 큰 섬이다. 하지만 현무암이 깎아지르듯 둘러싸고 있어 사람의 접근이 어려웠다. 덕분에 원시림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울릉군은 국비 115억원을 지원받아 착공 4년 만인 지난달 다리를 완공했다. 다리를 건너려면 우선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다. 37m 높이에 다리가 있어서다. 7층에 내려 목제 데크 계단을 따라가자 연도교 입구였다. 다리를 건너 관음도 쪽 목제 데크 계단을 따라 오르면 갓 조성된 탐방로로 이어진다. 경사는 제법 가팔랐다.

 군청 직원은 “1960년대 한 가구가 잠시 살았던 걸 빼곤 인적이 끊긴 섬”이라며 “고기잡이하다가 태풍이 닥치면 어부들이 가끔 피난을 오곤 한다”고 말했다. 울릉도 주민들은 관음도에 깍새(슴새)가 많다고 해서 깍새섬으로도 부른다. 섬으로 피신한 어부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모닥불을 피우면 불을 보고 깍새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섬의 북동쪽 절벽에는 울릉도 3대 절경 중 하나인 관음쌍굴이라는 해식동굴도 있다.

 울릉군은 최근 섬 전체를 한 바퀴 산책할 수 있는 800여m의 탐방로를 내고 목책을 설치했다. 탐방로를 따라가자 인기척에 놀란 새들이 여기저기서 푸드덕 날아올랐다. 아직 잘 날지 못하는 새끼 갈매기들은 종종걸음으로 내달렸다. 산책로 중간쯤에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이 울릉도에 자생하는 희귀식물 섬시호와 섬꼬리풀 1200여 포기를 심었다는 안내간판이 서 있었다.

 탐방로 사방에는 전망대도 설치됐다. 오랜 시간 감추어져 왔던 관음도의 속살을 들여다보며 탐방로를 걷는 데는 40분가량 걸렸다. 울릉군은 20일께 군의회에서 관련 조례가 통과되면 입장료 4000원(어른)을 받고 관음도를 일반에 개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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