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모자 꾹 눌러쓰고 영화관 직접 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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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한 측근은 최근 기자와 만나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을 언급했다. 싱 총리의 말은 "인도는 코끼리 같다. 처음 움직이는 게 느리지만 일단 움직이면 누구도 그를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매우 인상적인 말”이라고 했다. 안 원장의 행보도 ‘늦지만 한번 시작하면 말릴 수 없는’ 코끼리처럼 될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었다.

 안 원장은 지난 5월 30일 부산대 특강에서 “(대선 출마)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분명하게 말하겠다”고 한 이후 아직 이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마지막 대선주자다. 여론조사 전문가 가운데는 ‘안철수 피로현상’까지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안 원장이 대선 출마 움직임을 가시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첫 번째 징후는 ‘안철수의 책’이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15일 “안 원장이 직접 쓴 원고가 막바지 수정 작업 중에 있다”며 “수일 내로 원고를 출판사에 넘겨 곧바로 인쇄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23일께는 서점에 진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되는 것은 책의 형식이다. 당초 안 원장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정리한 ‘자전적 에세이’를 준비했었다. 그러다 계획을 바꿔 자신의 철학과 비전 등을 사회 저명 인사와의 대담 형식으로 직접 드러내기로 했다. 지난 5월 부산대 강연에서 밝힌 ‘복지·정의·평화’의 키워드를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 대변인은 “책을 더 많이 팔려면 자전 에세이가 유리하겠지만, 이제는 안 원장의 생각을 알리는 게 보다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런던 올림픽 개막(7월 27일) 전 대선 출마 의지를 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23일께 책이 나오면 안철수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명확해지지 않겠느냐”며 “책 출간 직후 곧바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그 방향으로 차근차근 나아갈 것임을 자연스럽게 알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내부적으론 대선 캠프가 차려질 경우에 대비해 핵심 인사들 간의 역할분담이 끝난 상태라는 말도 나온다. 새누리당 등의 검증 또는 네거티브 공세에 맞서기 위해 검사 출신의 금태섭·강인철 변호사가 논란이 될 만한 안 원장 주변의 사안에 대해 사전 검증까지 상당 수준 진행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안 원장 측 관계자는 “어떤 루머나 네거티브 공세에도 겁낼 게 없더라”고 했다. 안 원장 측이 안 원장을 겨냥한 공격에 대해 곧바로 대응하고 나서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홍사덕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12일 “권력을 위해 노동자계급이든 귀족계급이든 가리지 않고 ‘붙어서’ 20년을 집권했다”며 샤를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얘기를 꺼낸 뒤 안 원장을 그에 빗댔다. 그러자 유 대변인은 곧바로 “나쁜 정치의 표본”이라고 받아쳤었다.

 안 원장의 한 지인은 “과거 안 원장과 가까웠다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쪽으로 건너간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안 원장에 대해 계속 인신공격적인 발언을 하면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인물’이라고 비판하려 했었다”고도 했다.

 안 원장 본인도 평소보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측근들에 따르면 영화광이기도 한 안 원장이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지난 3월 개봉한 한국 영화 ‘건축학개론’이었다. 당시 모자를 꾹 눌러쓰고 영화관을 찾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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