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구 지키는 과일 껍질 향수 국제 환경 올림피아드 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9면

이성용군이 탕정중학교 과학실에서 자신이 만든 향수를 선보이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군이 만든 향수는 국제환경프로젝트올림피아드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아산 탕정중학교 3학년 이성용군이 지난달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국제환경프로젝트올림피아드(I-SWEEEP)에서 은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충남 과학교육원과 교육지원단이 공동 주관한 대한민국 환경공학프로젝트올림피아드(K-SWEEEP)에서 금상을 수상한 뒤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했던 이군은 자신이 개발한 ‘친환경 향수’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10일 탕정중학교를 찾아 이군을 만났다.

“지난해 우연히 본 뉴스에서 음식물 쓰레기 배출 때문에 지구촌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문득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해 뭔가를 발명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탕정중학교 과학실에서 만난 이군은 ‘친환경 향수’를 발명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군은 평소 호기심이 많고 과학실험과 발명에 흥미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매일 아산시와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장영실 영재원’에서 과학 실험 수업을 듣기도 했다. 중학생이 된 이군은 우연히 뉴스를 접하고는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한 새로운 발명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과일 껍질’을 주재료로 한 친환경 향수였다.

 “일단 음식물 쓰레기 중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이 무엇인지 찾았어요. 과일 껍질은 냄새도 좋고 색깔이 고우니까 실험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이군은 매일 5시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며 친환경 향수를 만드는데 몰두했다. 친환경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화학적 재료는 거의 쓰지 않았다. 수박·레몬·오렌지·참외 등 여러 과일 껍질에서 추출한 증류수에 에탄올을 섞는 방식의 실험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에탄올을 섞을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증류수만을 활용해 향수를 만들었는데 향이 오래가지 못했죠. 에탄올은 어른들이 자주 먹는 술의 주성분이거든요. 원래 술 냄새가 오래간다고 하잖아요. 그 원리를 깨달은 거죠.”

 이군은 이 같은 원리를 토대로 총 다섯가지의 향수를 만들었다. 레몬과 파인애플·오렌지·감귤·포도 향수다. 이 향수들은 시중에 출시된 과일 향만을 갖고 있는 향수와는 다르게 향이 더 멀리 퍼지고 악취제거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이 다섯 가지 친환경 향수는 이군에게 대한민국 환경 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안겼고 나아가 국제환경프로젝트올림피아드(I-SWEEEP)에서 쟁쟁한 참가자를 제치고 은상을 차지하게 했다. 한국에서는 이군을 포함해 5명이 참가했으며 이군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고등학생들이었다. 또한 참가 고등학생들은 모두 특목고 출신이었으며 그 중 한 명은 동상을 차지했다. 이군의 은상 수상이 더욱 값진 이유다.

 “세계대회에서 상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선배들의 발명품들도 훌륭했거든요. 세계 각국에서 모인 500여 명의 학생들이 내놓은 작품도 다 좋았고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제 자신이 더욱 발전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이미 영국 인터내셔널학교로의 진학이 확정된 이군의 꿈은 과학 관련 연구소를 차리는 것이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한국에 연구소를 차리고 재능있는 직원들을 뽑아 함께 일하고 싶어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재능은 있지만 학벌·지연 등의 벽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들의 능력을 제가 알아봐주고 함께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군이 올림피아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까지는 온양 한올고 민승규(36) 과학교사의 역할도 한 몫 했다. 온양 한올고 과학동아리 ‘HI-WISE’를 운영하고 있는 민 교사는 지인으로부터 이군을 소개받고 온양 한올고 실험실과 재료 등을 제공했다.

이군이 실험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도 민 교사의 조언이 있었기에 무리없이 완성될 수 있었다. 또 밤 늦은 시간이나 휴일에도 이군이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민 교사는 언제나 친절히 답해줬다. 특히 민 교사는 지난해 HI-WISE 동아리 소속인 박송희, 이혜은 양을 이끌고 ‘깻잎이 인간이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로 같은 대회인 국제환경프로젝트올림피아드(I-SWEEEP)에서 은상을 차지한 적이 있다. 민 교사의 이 같은 경험도 이군에게는 큰 힘이 됐던 것. 민 교사는 “성용군은 나이에 비해 발상의 전환이 빠르다. 또 과학 실험에 있어 중요한 것은 끈기와 노력인데 그것도 잘 갖추고 있다. 나 역시 과학을 좋아하기에 앞으로 성용이 같은 아이들이 도움을 청한다면 기꺼이 도와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국제환경프로젝트올림피아드(I-SWEEEP)=매년 고등학생들이 에너지, 환경 혹은 공학 관련 탐구 주제를 가지고 연구한 후 작품을 발표하는 국제 대회로 미국 텍사스주 코스모스 재단이 주최한다. 2008년 첫 대회가 열였으며 올해가 5회째다. 70여 개국에서 440개 작품이 출품돼 500여 명의 학생들이 경합을 벌였다. 개회식 다음 날 작품 설치를 하고 셋째 날에 일반인에게 공개하면서 작품 출품자가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넷째 날은 개별 심사위원 8명으로부터 종일 심도 있는 심사를 받는다. 마지막 날 시상식을 치르는 것으로 대회가 마무리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