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심 공략성공? "두달간 스타벅스만 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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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외식업계에 VIP 카드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일반 회원카드 한 종류만 만들어 포인트 적립용으로만 쓰던 외식업체들이 구매금액·횟수 등에 따라 등급제를 도입하고 등급에 따른 혜택을 차별화하고 있는 것. ‘많이 이용하면 VIP 대접을 해준다’는 점을 내세워 고객들을 유치하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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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바게트·던킨도너츠·파스구치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의 ‘해피포인트’ 카드는 지난달 네 단계 등급제를 새로 시작했다. 토니 로마스, 매드포갈릭, 모락 등을 거느린 썬앳푸드도 올 초 멤버십카드인 ‘S 다이너’를 3단계로 구분해 운영 중이다. 스타벅스와 카페베네도 지난해부터 VIP 멤버십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혜택도 풍성하다. 썬앳푸드는 VIP 고객에게만 무료 발레 주차, VIP 파티 초청, 예약 없이 방문해도 바로 입장하는 ‘퍼스트-인’ 서비스 등 백화점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SPC그룹은 VIP 고객에게 대한항공 항공권을 10% 할인해 준다.

 외식업체들은 VIP카드를 통해 고객 유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SPC는 해피포인트 카드 등급제를 도입한 후 한 달 새 가입자가 30만 명 증가했다. S 다이너카드도 월평균 가입자가 2만 명에서 4만 명으로 배가 늘었다. 이들 신규 가입자는 VIP가 아니라 일반 회원들이다. 일반 회원이 된 뒤 실적을 쌓아 VIP회원으로 ‘레벨 업’하려는 가입자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외식업계 VIP카드는 백화점 VIP카드처럼 겉모습부터 다르다. 스타벅스 골드카드는 빛나는 황금색 카드에 고객의 이름과 원하는 문구를 새겨 오직 나만의 ‘맞춤형 카드’를 만들어 준다. 다른 VIP카드들도 검은색 외관에 금색·은색 등 고급스러운 색깔로 글씨를 새겨 넣어 일반 멤버십카드와는 차별화했다.

 이런 고급스러운 외양은 고객을 공략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연간 수천만원을 구매해야 VIP대접을 받는 백화점 카드와는 달리 훨씬 적은 부담으로 프리미엄 카드를 지갑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것이다. 한마디로 ‘폼은 나면서 돈은 적게 든다’는 점을 내세웠다. 커피·외식 업계는 입을 모아 “백화점이나 신용카드의 VIP등급을 갖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부담이 되는 고객이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골드카드를 손에 넣으려고 두 달간 스타벅스만 찾았다는 직장인 유재곤(27)씨는 “남들 다 있는 카드 말고 좀 ‘있어 보이는’ 카드를 갖고 싶었다”며 “큰돈 들이지 않고도 지갑에 VIP카드가 생겨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외식 VIP카드만 5~10개를 보유한 이들도 생겼다. VIP카드가 5개인 윤지현(25·대학생)씨는 “외식업체 VIP카드는 사람들과 뭘 먹으러 갈 때마다 꺼내 보일 수 있어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그만큼 표가 난다”고 설명했다.

 VIP카드 고객은 카드에 애착이 있는 만큼 충성도도 강하다. 요즘 같은 불황에도 소비를 거의 줄이지 않는다. 스타벅스 측은 “30만 명에 이르는 스타벅스 골드카드 회원들이 평균 이틀에 한 번은 스타벅스에 들른다”고 말했다. 덕분에 올 1분기 스타벅스 매출은 경기가 가라앉은 가운데에서도 지난해 동기보다 15%가 늘었다. 카페베네의 VIP회원들은 카페베네 매장에서만 매월 30만원 이상씩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썬앳푸드도 멤버십카드 회원 128만 명이 올리는 매출이 전체의 57%에 달한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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