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병화 의혹 해소 못하면 대법관 자격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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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열린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인천지검장)에 대한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아들 병역 특혜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한 로비를 받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네티즌 사이에 “까도 까도 의혹이 나오는 양파남”이란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김 후보자에게 대법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제일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과 관련해 수사 무마 로비를 받았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의원들은 특히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이 김 후보자의 고향(강원도) 선배인 박모씨에게 ‘의정부지검 고위 관계자에게 갖다 주라’며 2000만원을 건넸다는 내용이 진술조서에 있다”며 “그 고위 관계자가 당시 지검장이었던 김 후보자”라고 주장했다. 또 “의정부지검 고위 관계자가 수사기록에 39차례나 등장하고 사건 당시 박씨와 수십 차례 통화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지방자치단체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조사하다 검찰 지휘로 내사 종결한 과정에도 김 후보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거론됐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몰랐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다가 “(박씨와) 전화는 가끔 했지만 청탁이나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주상복합아파트 구입의 경우 “처가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씨와의 친분 등 관련 정황을 볼 때 이런 정도의 해명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대법관은 ‘정의의 수호자’로 불리는, 막중한 자리다. 3심제의 마지막 단계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책무를 진다. 이 자리에 서려면 법적으로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흠결이 없어야 한다. 김 후보자가 만약 각종 의혹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면 스스로 거취를 밝히는 게 맞다. 대법관 후보자 제청권을 가진 대법원장도, ‘검찰 몫’으로 김 후보자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법무부 장관도 이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후보자의 의혹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은 채 청문회장에 앉게 한 것은 국회, 나아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