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 엮는 끈 뭘로 만들죠” 영광 찾아간 서울 주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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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현대백화점 고객들이 전남 영광에서 굴비 가공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바른 먹거리 투어’는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 덕에 인기다. [사진 현대백화점]

지난달 15일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오전 10시30분에 문을 열자 지하 1층 식품관에 주부 100여 명이 줄을 섰다. 10분 만에 진행요원이 나섰다. “접수 마감됐습니다.” 선착순 40명 이외의 고객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현대백화점의 ‘바른 먹거리 투어’ 참가를 위해 오전부터 모인 주부들이다. 현대백화점은 4월 이후 매달 서울·경기 8개 점포에서 40명씩 총 320명을 모아 먹거리 산지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4월 전남 영광에서 굴비, 5월 경기도 양평에서 전통장 만드는 과정을 본 하루짜리 코스다. 지난달 26일엔 충북 괴산의 블루베리 농장에서 수확·포장 과정을 직접 봤다.

 참가비는 3만원. 공짜가 아니지만 고객들이 선 줄은 매달 길어진다. 지난 4월엔 세 점포에서만 한 시간 만에 매진되고 나머지 점포에선 자리가 남았다. 5월엔 한 시간 만에 320명 접수가 끝났다. 지난달 여행은 8개 점포 전부에서 30분 만에 접수가 끝났고 무역센터·신촌점은 10분 만에 마감됐다. 백화점은 4, 5월 참가자가 다시 응모할 수 없다는 규정을 지난달 추가했을 정도다. 또 40명 외에도 10명 정도 여유를 두고 대기자 명단을 받았다.

 이 투어를 기획한 현대백화점 콘텐츠팀의 김은경 팀장은 “그만큼 주부들의 먹거리 불안이 크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4월 ‘굴비투어’에선 실제로 깐깐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인솔자였던 이정훈 수산물 바이어는 “주부 고객들이 소금은 섭씨 몇 도의 물로 씻는지, 염전 바닥은 어떤 소재로 깔았는지 물어볼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고 전했다. 굴비 엮을 때 쓰는 끈의 소재, 염장 작업하는 사람의 손 씻는 방법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현대백화점 콘텐츠팀의 이원룡 과장은 “식품 불안이 가장 심했던 건 역시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백화점·대형마트는 대부분 일본산이었던 생태 판매를 중단했다. 현대백화점에서 두 자릿수씩 신장하던 고등어·갈치 매출은 지난해 3%대로 꺾였다. 국산 시금치도 타격을 받았다. 대지진이 지나가고 몇 달 뒤까지 각종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고객 문의가 줄을 이었다. 이를 계기로 먹거리 투어가 생겼다. 이 과장은 “문의에 일일이 응대해 ‘우리 식품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대신 확실히 한번 보여주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굴비 투어에 참가한 서연옥(56)씨는 “어떻게 만드는지 전혀 모르고 먹어야 하는 식품이 너무나 많다”며 “하지만 개인이 가서 굴비 만드는 과정을 보여달라고 하면 가능하겠나”라고 말했다. 5월 전통장 투어에 참가했던 신춘화(55)씨는 “먹거리에 대한 보도는 대부분 안 좋은 장면만 보여주기 때문에 주부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대백화점은 불안함을 덜어낸 주부들의 입소문을 노리고 있다. 백화점 측은 “식품 매출 증가가 바로 나타날 정도의 성과는 아직 없지만 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우리편 고객’이 생겨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달 늘어나는 신청자 수가 그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바른 먹거리 투어’는 7~9월 더위로 쉬고 10월 경기도 여주 토골미 농장, 11월 전북 부안 돌김 가공장으로 떠난다. 매년 다섯 차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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