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는 가장 중요한 무기 … 스타 영입 대신 ‘사람’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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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톰슨로이터상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한국투자증권의 유상호 사장은 “보고서에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감한 매도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비유하자면 리서치는 전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무기 아닐까요. 무기야 돈 주고 사면 되지만 증권사의 리서치 역량은 그렇게 간단하게 살 수 없다는 게 다르지만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인내심을 갖고 ‘우리’ 사람을 키우려고 노력한 게 좋은 성과를 낸 것 같습니다. 빨리 1등을 하겠다는 조바심으로 스타 애널리스트를 영입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이 떠나면 조직엔 아무것도 남지 않잖아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조직문화를 몸에 익힌 실력 있는 애널리스트를 키워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중앙일보·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 어워즈(이하 중앙·톰슨로이터상) 평가 결과 한국투자증권이 베스트 애널리스트 3명을 배출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유상호(52) 한투증권 사장은 최근 본지와 만나 “이번에 상을 받은 애널리스트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실력 있는 애널리스트층이 많이 두터워졌다”며 “중앙·톰슨로이터상을 비롯해 다른 기관에서 한 몇몇 애널리스트 평가에서도 한투증권이 1위를 휩쓸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투증권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덩치에 비해 리서치가 약하다는 평을 들었다. 어떻게 이런 반전이 가능했나.

 “내가 한 일은 투자하고 기다려준 게 다다. 무슨 일이든 항상 조금씩 업그레이드는 해야 하지만 처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얼마 안 가 확 다 뒤집어버리면 성과를 낼 수 없지 않나. ‘1등 리서치’라는 목표는 항상 머릿속에 있었다. 2009년 영입한 임춘수 부사장과 그 이듬해 센터장에 오른 이준재 센터장과 호흡을 맞춰 기대에 걸맞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시장에서는 한투증권 리서치센터가 매도 보고서(특정 종목에 대해 매도하라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과감하게 쓴 걸 높게 평가한다. 영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을 텐데.

 “모든 보고서엔 애널리스트의 시각이 담겨 있어야 한다. 매도의견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시장에서 매도 보고서를 싫어한다고 해서 가급적 쓰지 말라거나 하는 식으로 간섭하지 않는다.”

 -지지부진한 증시 탓에 증권사 실적도 최악이다. 안 좋은 상황이 언제까지 갈까.

 “지금까지는 증시가 대략 3년 사이클로 움직여 왔다. 1년은 화끈하게 좋고, 1년은 그저 그렇고, 마지막 1년은 나쁜. 그런데 이번엔 좋다가 갑자기 확 나빠졌다. 게다가 한 방으로 끝난 게 아니라 한 방 더 맞아 비틀거리는 상태다. 생각보다 오래 갈 걸로 본다. 투자자 입장에선 주가가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으니 재미가 없다. 그러니 시장을 떠나는 거다.”

 -어떻게 하면 투자자가 다시 증시로 돌아올까.

 “세계 경제위기로 안전자산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돈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채권이 유망하다고 해도 금리가 투자자 눈높이에 못 미치고, 부동산 시장도 불안하다. 결국 주식밖에 없다. 현재로선 성장동력이 있고 산업구조가 좋은 나라, 그중에서도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보다 더 성장하는 기업을 골라 묻어놓는 게 가장 좋은 투자법이다. ‘몰빵’은 안 되겠지만 펀드건 주가연계증권(ELS)이건 결국 증시 테두리 안에서 투자하는 게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걸로 본다.”

 -요즘 주식투자에 대한 투자자의 믿음이 약해졌는데.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우리 미래를 결정한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우리 노후와 직결된 것 아닌가. 연 1%포인트만 수익률을 높인다고 해도 결과는 어마어마하게 달라진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예금에만 돈을 묻어두면 미래가 어둡다.”

 -여러 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증권사 등 금융회사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불신이 깊어졌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객을 잘못 이끈 책임이 분명 금융회사에 있다. 또 고객의 이해와 금융회사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을 때 슬그머니 금융회사 이해만 챙긴 측면도 있다. 예컨대 시장이 안 좋을 땐 주식형펀드보다 MMF에 넣어두는 게 낫지만 판매사 입장에선 수수료가 0.15%에 불과한 MMF보다는 1%짜리 펀드를 팔고 싶지 않나. 그래서 무슨 상품이건 상관없이 전체 관리자산에서 일정한 수수료를 떼는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계속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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