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슈퍼박테리아 잡는 항생물질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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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항생제로는 죽일 수 없는 세균인 슈퍼박테리아를 사멸시키는 항생물질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양수 교수팀은 3일 “슈퍼박테리아를 죽이는 데 효과적인 두 가지 항생물질을 개발했다”며 “슈퍼박테리아 ‘최후의 항생제’로 불리는 반코마이신보다 최대 32배나 적은 양으로 유사한 약효(세균 사멸)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항생물질은 남해 바다 흙에 사는 미생물의 일종인 방선균에서 추출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와 서울대 화학과 이은 교수,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강헌중 교수는 7-페닐 플라텐시마이신, 11-메틸-7-페닐 플라텐시마이신 등 두 항생물질에 대해 한국과 미국 특허권도 확보했다.

연구팀은 두 항생물질이 형제처럼 엇비슷한 항생력(抗生力, 세균을 죽이는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기존 항생제와는 달리 '세균의 지방산 합성 억제'라는 새로운 작용 메커니즘으로 세균을 죽여 내성(耐性)이 적은 것이 장점”이며 “임상시험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전임상시험)을 통해 효능·독성·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황색포도상구균 등 유해세균들이 새 항생물질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어 기존 항생제들의 내성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새 항생물질은 현재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치료를 위해 사용 중인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이나 리네졸리드에 비해 3배 이상 낮은 농도로도 비슷한 효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MRSA는 메티실린이란 항생제의 약발이 듣지 않는 포도상구균이며, 병원 감염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방선균=곰팡이와 세균의 중간에 위치한 미생물. 토양과 바다 흙에서 주로 발견된다. 스트렙토마이신·테트라사이클린 등 널리 알려진 항생물질 대부분이 방선균에서 얻는다. 악티노마이신·아드리아마이신·프레오마이신 등 항암제 원료도 돼 의약품의 보고(寶庫)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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