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이한구는 재벌 대변자” 이한구 “재벌 해체하란 말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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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비대위원(左), 이한구 원내대표(右)

김종인(72)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과 이한구(67) 원내대표가 2일 ‘경제민주화’ 문제로 충돌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의 ‘경제교사’로 불리는 김 전 위원이 이날 원내 사령탑이자 박근혜계인 이 원내대표를 먼저 비판했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에서 이 원내대표를 겨냥,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정치민주화는 이해하느냐고 묻고 싶다”며 “오랫동안 재벌에 종사했기 때문에 그쪽의 이해를 많이 대변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치민주화가 무슨 뜻인지 알면서 경제민주화를 자꾸 왜곡되게 이야기하고, 마치 시장경제 자체가 경제민주화다, 이런 얘기를 할 것 같으면 자본주의 발달, 시장경제의 발전 과정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부족한 사람이 아닌가”라고 했다.

 김 전 위원은 박근혜 전 위원장의 대선 경선 캠프에서 홍사덕 전 의원과 함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는다. 캠프 좌장 격인 그가 당 정책을 국회에서 실현하는 역할을 맡은 이 원내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을 두고 당내에선 박근혜계 내부의 균열로 해석하기도 한다. 김 전 위원은 이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박근혜계 인사들을 향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공부를 좀 더 할 것 같으면 이해가 잘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도 원내대표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비대위원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일일이 답변하고 싶지도 않다. 답변할 만한 값어치가 있어야지…”라며 “기껏 경제민주화라고 하면 재벌과 관련된 것으로 국한하는 것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모자란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 김 전 위원이 말하는 내용이 뭔지 모르겠다”며 “경제민주화 개념은 사회학이나 정치학자들이 쓰는 용어지 정통 영미 경제학자들은 쓰지 않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비대위원이 공부한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를) 정통 경제학에선 사회주의라고 부른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기업에 몸담았던 게 무슨 죄인이냐”며 “야당처럼 출자총액제를 부활하고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홍사덕 공동 선대위원장은 “경제민주화는 우리가 등정하고자 하는 목표를 추상적으로 얘기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구체적 정책은 아니다”라며 “구체적 정책이 나올 때에는 캠프와 당에서 치열한 토론이 있을 것이지만 추상적 목표를 놓고서는 누구도 이의제기를 안 하고 있다”며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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