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네 번째 ‘창당 도박’ 카드 뺐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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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주당에 탈당계를 낸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파괴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70) 전 민주당 대표가 결국 민주당을 탈당했다. 1993년 6월 집권 자민당을 탈당해 신생당을 창당한 이후 네 번째 탈당과 창당이다.

 오자와는 2일 오후 회견에서 “소비세 인상을 야당과 손잡고 추진하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밑에서의 민주당은 더 이상 3년 전 정권교체를 이뤄냈던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소비세 인상 반대, 원전 반대’를 내걸고 동지들과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은 이르면 이번 주중에 공식 출범하며 대표에는 오자와가 직접 취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일본 정국은 정계개편의 격랑에 휘말리게 됐다.

 이날 오전 오자와 그룹이 탈당계를 제출한 중의원 수는 40명. 하지만 이날 오후 들어 돌연 2명이 “당장 탈당할 생각이 없어졌다”며 탈당 의사를 번복해 결국 38명이 됐다.

 ‘준오자와’ 그룹으로 불리는 ‘신당 기즈나(9명)’, ‘오자와 우호그룹’으로 불리는 ‘신당 다이치(大地·3명)’와 손잡고 내각불신임안을 제출할 수 있는 중의원 의석 수(51명)를 채우려 했던 오자와의 구상은 처음부터 헝클어지고 만 것이다.

 이는 신당 열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말에 집계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소비세 인상에 반대한다는 여론은 50~70%로 우세했지만 정작 “오자와 신당에 기대한다’는 여론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소비세 인상도 싫지만 오자와는 더 싫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지난달 26일 소비세법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면 반란을 일으켰던 57명 중 19명은 결국 민주당 잔류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석 수는 251석으로 과반수(240석)를 넘게 됐다. 바꿔 말하면 내각불신임안이 야당에 의해 제출돼도 민주당 의원만으로 저지할 수 있는 안정 의석을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어찌 됐건 당이 쪼개진 만큼 오는 9월의 당 대표 선거에서 노다 총리의 책임론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탈당 카드를 던진 오자와는 애써 낙관하고 있다. 93년 자민당을 탈당할 때도 동조한 의원은 44명(참의원 포함)에 불과했지만 결국 얼마 가지 않아 자민당을 정권에서 끌어내렸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이번 탈당 동조자는 참의원 12명을 포함하면 50명으로 93년보다 많다.

 또한 다음 달 중순 참의원에서의 소비세 표결을 본 다음 순차적으로 오자와 신당에 합류할 의원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자와는 올해 안에 실시될 공산이 큰 중의원 선거에서 우호 세력을 규합해 선거 후 연립정권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오자와가 ‘파트너’로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인물은 최근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떠오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시장. 하시모토 또한 소비세 인상에 반대 입장이다. ‘탈원전’을 주창하는 것도 같다. 하지만 하시모토는 좀처럼 오자와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중량감 부족(초선 비율 60%), 비우호적인 여론, 예전 같지 않은 자금 사정…. 오자와에겐 지난 세 번의 그 어느 탈당보다 가장 험난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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