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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성 암 사망자 줄이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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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직업성 암으로 연간 60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업성 암은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발암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생기는 암이다. 현장 근로자들의 발암물질 노출이 심각한 수준임을 새삼 일깨워 준다.

 강원대 의대 손미아(예방의학) 교수가 국립암센터의 의뢰로 실시한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 부담 연구’ 결과 2007년 한 해 동안 직업성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5691명으로 집계됐다. 조사 결과대로라면 그해 국내에서 암으로 숨진 6만7112명 가운데 8.5%가 직업성 암으로 사망했다.

 직업성 암을 줄이려면 작업장 밀폐와 환기, 보호구 지급 등으로 작업자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빠짐없는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 발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는 발암물질에 대한 특별 관리와 함께 산업재해·직업병과 관련한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영세사업장에는 제대로 된 작업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예방 투자야말로 차후 발생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작업장 흡연 문제도 심각하다. 발암물질과 접촉하면서 흡연할 경우 암 발생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사실은 이미 의학적인 상식이다. 정부와 기업은 대대적인 금연운동도 함께 펼쳐야 마땅하다.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것이 2008년 금지조치 이전까지 국내 사용이 허용됐던 발암물질 석면이다. 석면은 10~40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악성중피종을 비롯한 각종 암을 일으킨다. 관련 근로자 추적조사와 건강관리체계 마련을 비롯한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