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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미사리' 의왕시 백운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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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왕시 학의동 일대에 자리한 백운호수가 '제2의 미사리' 로 각광받고 있다. 호수 인근의 과천.평촌.산본 주민들이 즐겨 찾으면서 3년 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이제는 80여개에 이른다. 서울 사당에서 30분 거리여서 최근에는 서울 손님도 부쩍 늘었다. 수도권 남부의 새 명소로 떠오른 백운호수 주변을 둘러본다.

"꼭 추억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옛날에 듣던 노래라 편한거지. "

지난 5일 오후 10시. 백운호수의 한 라이브 카페를 찾은 최인구(42.상업.서울 서초구 반포동) 씨는 "노래에 얽힌 추억이라도 있느냐" 는 질문에 빙긋이 웃는다. 그는 한두달에 한번꼴로 부인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

지난 7일 낮 삼삼오오 짝을 지은 주부들이 카페를 차지하고 있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도 누군가 던진 한마디에 이내 까르르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고생이다.

'삼포로 가는길' 로 유명한 가수 강은철(49) 씨는 "흥에 겨워 무대까지 올라오는 손님들을 보면 40대 안팎 세대의 문화적 갈증 같은 것을 느낀다" 고 말했다.

백운호수(http://www.baekunhosu.co.kr) 주변엔 이처럼 중년층의 문화적 안식처 역할을 하는 라이브 카페가 성업 중이다.

한때 공연장에서 소리깨나 질렀던 열성팬이었다면 '쉘부르' 를 찾아갈 만하다. 남궁옥분 등 유명 가수들이 오후 1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나온다.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도 있지만 무대쪽을 향해 극장식으로 정열된 의자가 많아 1970년대 음악감상실 분위기가 난다.

이 곳 맞은편의 '리스캐빈' 과 '아리조나' 는 닮은꼴 카페다. 두 곳 모두 통나무집 느낌을 살렸고 테라스도 있다. 호수와 가까워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것도 장점. 리스캐빈은 1층에, 아리조나는 2층에 무대가 있는 점이 다르다.

호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테마(상호) ' 는 이 지역의 원조격 라이브카페다. 실력파 언더그라운드 가수들로 짜여진 공연진을 자랑한다. 주인은 "라이브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은 그날그날의 분위기에 맞춘 다양한 음악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단골 팬들이 많다" 고 귀띔했다.

이곳 가수들이 받는 돈은 경력과 지명도 등에 따라 1회 공연에 2만~40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스테이크 전문 음식점인 '제니앤제이' 는 언덕에 위치해 있어 전망이 시원하다. 색소폰 연주도 일품이다.

드라마 왕건에서 궁예로 한창 열연 중인 탤런트 김영철씨가 운영하는 '배다' 도 명소 중 하나. 지붕 위에 돛을 달아 건물이 배처럼 보인다.

이곳 대부분의 라이브 카페들은 오전 10시30분쯤 손님을 받기 시작해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문을 연다. 공연은 주로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하는 곳이 많다. 커피 등 음료가 6천~1만원, 맥주.칵테일은 7천~1만4천원. 스테이크.스파게티 등 식사도 가능하다. 유명 가수가 나올수록 가격이 비싼 편이다.

백운호수 순환로에선 한 카페 앞에 멈춰서는 듯하다 다시 속도를 내는 차들을 여럿 볼 수 있다. 십중팔구 '어느 집으로 갈까' 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탐색전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그만큼 다양한 특색을 지닌 건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산마리노' 는 유럽의 전원주택을 연상케한다. 군더더기 없이 온통 흰색으로 칠한 외벽이 시선을 끄는 곳이다. 주인 정민수(건축가) 씨 가족 3대가 함께 살던 전원주택을 개조해서 그런지 방과 거실의 아늑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이 때문에 꽤 넓은 레스토랑이지만 어디에 앉든 소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 겸 바닷가재를 포함한 세트메뉴가 3만6천~3만8천원. 와인도 50여종 준비돼 있다. 鄭씨는 "20대 연인들은 전망이 좋은 2층을, 30~40대들은 안정적인 느낌의 1층을 선호한다" 고 말했다.

'올라' 라는 집도 기업에서 외국인 바이어 접대장소로 자주 애용할 만큼 유명한 이탈리아 음식점이다. 2층에 통유리 대신 직사각형 띠 모양의 창을 낸 것이 이채롭다. 의자에 앉으면 창너머로 호수가 영화 화면처럼 굽어보인다. 파스타가 1만3천~1만8천원.

상호나 외양에서 동동주가 먼저 떠오르는 '터사랑' 은 의외로 퓨전요리 전문점. 옹기조각을 덧댄 지붕, 황토벽, 한지로 감싼 실내등이 시골 토방같은 느낌을 준다. 해물요리 1만2천~2만8천원, 음료 6천~8천원.

양식이 왠지 부담스런 나이라면 한정식집인 황톳마루를 권할 만하다. 황토벽 사이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조그마한 마당과 '문간방' '안방' '건넌방' 등의 문패를 단 온돌방이 정겹다. 점심은 1인당 1만1천~1만8천원, 저녁은 1만5천~3만원.

다양한 커피맛을 즐겨보고 싶다면 '하늘에' 를 찾을 만하다. 직접 원두를 볶아 내는 30여종의 커피가 6천~8천원. 전문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케이크(한조각 4천원) 와 초콜렛도 커피 못지않게 인기다.

'허브와 토마토' 는 농장과 찻집을 함께 하는 곳. 5월께부터 방울 토마토를 키우는 온실에서 직접 토마토를 따 먹을 수도 있다. 찻집에선 허브차를 마실 수 있고 허브비누.향기주머니.허브양초 등을 판매해 주부들이 즐겨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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