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사라져가는 냅스터 팬들의 '의리'

중앙일보

입력

냅스터 팬들은 수개월 동안 무료로 제공돼왔던 음악 파일 교환 서비스를 옹호해왔다. 하지만 냅스터가 법원을 상대로 싸우면서 팬들의 의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사용자들은 냅스터가 법원으로부터 좀더 강력한 조치를 받을 것이며, 이번 주에 자체 서비스로부터 선택된 음악들을 자발적으로 여과시킬 계획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냅스터가 폐쇄되면 어떻게 무료 음악을 계속 교환할 수 있을 것인지 자세히 설명했다.

''Beatnik15''라는 사용자명을 가진 냅스터 회원은 "내 생각엔 냅스터를 컨택 포인트로 삼고 그 다음엔 사용자들끼리 직접 교환하는 것이 해결책인 것 같다"며, "우리는 데스크톱에서 독자적인 개인 서버와 FTP를 만들고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교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냅스터는 다른 사용자들과 연락할 수 있는 수단으로, 우리가 공유하는 공통된 음악적 관심들을 발굴하고 직접적인 데스크톱간의 파일 전송으로 이어주는데 사용돼야 한다. 이런 활동은 음반기업이나 RIAA의 간섭 없이 사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법원 측이 냅스터 폐쇄 명령을 내리더라도, 6400만 명의 냅스터 회원들은 계속 다른 대안을 통해 음악 파일을 무료로 교환할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추측해왔다.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방법들은 일반적으로 좀더 복잡하고 사용하기 어렵지만 냅스터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점점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수백만 명이 이스라엘의 아이메시(iMesh)같은 다른 파일 교환 서비스에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았다. 아이메시는 냅스터와 매우 유사해, 파일을 교환하고 싶어하는 개인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중앙장치를 갖고 있다. 아이메시는 냅스터를 표적으로 만들고 경쟁업체인 스카우어를 사업 중단시킨, 그런 식의 소송에 자사가 휘말릴 위험이 없다고 자신했다.

완전히 분산된 개인 컴퓨터들의 집합인 그누텔라는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훨씬 덜하다. 하지만 냅스터가 폐쇄될 경우 그누텔라에 쏠릴 트래픽 양은 이 파일 교환 서비스를 거의 사용하지 못할 정도가 될 것이다.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파일 교환 네트워크들은 작년 7월 연방판사가 저작권 있는 파일들의 교환을 막으라고 냅스터측에 명령했을 때 상당히 당황했었다. 그 이후, 경쟁업체들은 좀 더 많은 고객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단순화시키고 개선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냅스터가 폐쇄될 경우 수백만 명의 파일 교환자들이 경쟁업체들로 대거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 팬들이 대가를 지불할까?

사람들은 점점 다른 파일 공유 서비스로 발길을 옮기고 있지만, 냅스터와 한 음반업체는 팬들이 한 곳에서 그들의 음악을 전부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냅스터는 고객들에게 사용료를 물리는 유료 버전을 만들기 위해 이미 BMG 엔터테인먼트 모회사인 베텔스만과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두 회사는 다른 주요 음반기업들을 동참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베텔스만 경영진들은 오는 6월이나 7월경에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것을 낙관적인 생각이라 믿고 있다.

냅스터 사이트가 유료 가입 모델로 전환되면 냅스터 사용자들의 의리가 실험대에 오를 것이다. 하지만 지난 2일 게시판에 글을 올린 사람들은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넘겨주는 것이 아닌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냅스터 사용자인 그레그 로셀은 e-메일을 통해 "법원들은 냅스터 소프트웨어의 복제 과정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들은 그냅스터, 크냅스터 같은 유사 소프트웨어들을 계속 뒤쫓아야 할 것이다. 나는 하루종일 여러 장의 CD를 파일로 복사해 그 파일들을 친구들에게 e-메일로 보내고 있다. 아웃룩이야말로 저작권 있는 음악의 최대 보급자다"라고 밝혔다.

많은 냅스터 팬들은 판사가 냅스터 서비스를 불법이라고 판정할 경우 이와 유사한 기술 및 관련 하드웨어도 불법이라고 판정하게 될 것을 우려하면서, 이번 소송의 잠재적인 파생 효과에 매우 당황했다.

냅스터의 자체 공개 토론회에 자주 참석하는 한 사용자는 "이런 소송들은 정말 몰상식하다. 그건 엄청난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MP3 플레이어와 복제 장치를 가진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은 한결같이 MP3를 음악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그들이 무료 파일을 어디서 얻는지가 정말 중요한가?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냅스터를 폐쇄하는 것? 그렇다면 모두들 냅스터와 똑같은 다른 대중 사이트나 프로그램으로 이동할 것이다. 소수의 음반기업들이 화가 났다고 해서 법원이 인터넷을 아예 폐쇄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팬도 맞장구를 쳤다. "내 의문은 라디오에서 음악을 녹음해 그것을 친구에게 주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저작권 침해인가? 다음엔 음반기업들이 녹음장치 사용에 대해 제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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