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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순간 더 이상 발전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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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삼인행(三人行)이면 필유아사(必有我師)’라더니 도처에 선생이고, 스승이다. 그제 한겨레신문에 실린 프랑스와 일본의 제빵 명장(名匠)에 관한 기사를 읽다 쿵 하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일본 최고의 제빵 장인이라는 기무라 시게카쓰씨(氏). “제빵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넘버 원(Number One)’이 아니라 ‘온리 원(Only One)’이 돼야 한다.” 이 한마디가 내게는 스승의 말이 되어 비수처럼 꽂혔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공세에 밀려 설 땅을 잃어가는 동네 빵집이 살아남으려면 ‘최고(最高)’가 아니라 ‘유일(唯一)’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로 맛있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통하는 시대는 갔기 때문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 빵만의 독특함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거다. 그렇게 하면 동네 빵집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red ocean)’에 뛰어들어 힘겹게 1등 할 생각하지 말고 아무도 하지 않는 나만의 ‘블루 오션(blue ocean)’을 만들어 그걸 독식(獨食)할 생각을 하라는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한물간 그런 진부한 얘기를 하려고 기무라씨가 그 말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수십 년간 빵을 만들면서 터득한 자기만의 철학을 얘기한 것이라고 본다.

 얼마 전 중앙일보 토요판에 ‘초밥왕’ 마쓰히사 노부유키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6월 2일자 26면). 그는 스시(초밥)에 자신만의 독특한 풍미를 입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식 요리사가 됐다. 세계 25개국에 그의 이름이 붙은 레스토랑이 있다. 그는 손님에게 전해지는 요리사의 마음과 열정을 강조한다. 그것이 요리사의 손끝을 통해 손님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그 요리는 실패한 요리라는 것이다.

 “요리마다 최고의 순간이 있다. 스시도 마찬가지다. 요리사가 밥을 쥐어서 회를 얹어 손님 앞에 탁 내미는 순간이다. 그렇게 손님 앞에 놓인 스시는 1~2초가 지나면 1~2㎜ 정도 착 가라앉는다. 그때가 스시를 먹는 최고의 순간이고, 요리사의 마음이 손님에게 전해지는 순간이다. 왼손으로 쥔 스시를 오른손으로 손님의 접시 위에 탁 하고 올리는 순간, 요리사의 에너지도 함께 올려진다.”

 성공한 제빵왕과 초밥왕. 그들은 ‘최고’를 추구하는 길고도 혹독한 과정을 거쳤기에 ‘유일’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온리 원’의 경지가 어느 날 하늘에서 감 떨어지듯이 갑자기 툭 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나름의 철학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최고가 아니다.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순간,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나는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고, 계속 진화할 수 있는 거다.” 초밥왕의 말이다. 세상에 스승은 많다.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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