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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생활연구원, 천안 외식업소 물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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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지역의 경우 음식값이 타 지역에 비해 최고 11%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자와의 직거래 유통망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천안아산지부(대표 손순란, 이하 한소연 천안아산지부)가 최근 천안과 공주에 소재한 외식업소 499곳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가격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천안시의 평균 음식값이 인구대비 외식업소가 더 많은 공주시 보다 최고 11%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대비 숙박 및 음식점 업소 비율은 공주(1.45%)가 천안(1.20%) 보다 0.25% 높았다.

“천안 지역 음식 가격은 어떤가요”라는 외지인의 질문을 받아 본 주민이라면 음식값이 타 지역에 비해 비싸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본 경험을 갖고 있다. 요즘 천안 지역 음식점에 ‘김치찌개 8000원’‘냉면 8000원’‘설렁탕 1만원’‘칼국수 7000원’ 이라고 써 붙인 가격표를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점심으로 가장 많이 애용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돈 내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음식값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천안 지역 음식값은 주변 도시에 비해 얼마나 비쌀까.

한소연 천안아산지부는 지난 5월 천안시 두정·성정·쌍용동 등 도심 지역 333곳과 공주시 166곳 등 총 499곳 업소를 대상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김치찌개·자장면·설렁탕·물냉면(비빔냉면)·칼국수(비빔밥)·삼겹살 등 6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 비교했다.

한소연에 따르면 천안 지역에서 판매되는 6개 품목 외식비 평균가격은 6268원(1인 기준)인데 반해 공주 지역은 5903원으로 6.7% 차이가 났다. 특히 칼국수(비빔밥)는 평균가격이 5363원으로 공주 4833원에 비해 11%나 높았다. 가격 차이가 가장 낮은 품목은 설렁탕(갈비탕)으로 2.2%였다.

천안 지역 안에서도 가격 차이가 2배까지 나는 곳도 많다. 쌍용동 D식당은 김치찌개 1인분을 8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반면 인근 N음식점은 절반 가격인 4000원이었다. 인근 S업소의 칼국수 한 그릇은 7000원, G식당은 4000원. B식당 냉면 한 그릇은 8000원인데 반해 G음식점은 4000원이었다. 이 밖에 설렁탕은 5000원부터 1만원, 자장면은 4000원부터 7000원, 삽겹살은 6500원부터 1만1250원까지 차이를 보였다. 두정동 역시 최고, 최저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칼국수는 3500원부터 7000원, 냉면 3500원에서 7500원, 자장면 3000원에서 5500원, 삼겹살 6500원에서 1만5200원까지 차이가 났다.

한소연이 고물가 원인을 분석한 결과 유통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식자재 조달 방법을 집계한 결과 천안 지역 333개 업소 가운데 텃밭을 운영하거나 농장직영을 겸하는 3곳을 제외하고(공주시 166개 업체 중 4개)는 대부분 도매상으로부터 납품을 받거나 직접 구입하고 있었다. 생산자와의 직거래 매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식재료의 품질이 좋을수록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에서 식재료를 직접 구매하거나 텃밭직영 비율이 높은 품목인 자장면의 판매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공주는 설렁탕(갈비탕) 품목의 직구매 비율이 높았고 판매만족도 역시 가장 좋았다.

삼겹살 판매의 경우(200g 기준으로 환산) 국내산과 수입산 가격 차이가 최대 1만300원이나 됐지만 판매만족도는 가격이 저렴한 업소의 만족도가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나 외식문화가 가격이나 양적인 부분 보다는 질적인 경쟁력이 매출을 좌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한소연이 판매만족도와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판매만족도가 ‘상’이라고 답한 9개 업체(1.7%) 가운데 가격이 높은 상위 집단 평균가격(6667원)이 전체 평균가격(6268원)보다 6.4%나 높았다. 품목별로 최고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업체도 3곳이나 됐다. 공주 역시 ‘상’이라고 답한 5개 업체(1.9%) 가격 분포도가 상위 집단 평균가격(6100원)이 전체 평균가격(5903원) 보다 3.3% 높았다. 또 천안이나 공주의 외식업 판매만족도 상위 업체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공주시에 비해 천안시가 장사가 잘 되는 음식점과 안 되는 음식점의 양극화 현상이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천안은 자장면이, 공주는 설렁탕(갈비탕)의 판매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한소연 손순란 대표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인구수에 비해 외식업소가 더 많은 공주보다 천안의 음식값이 더 비쌌고 그 이유는 식자재를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하거나 텃밭이나 농장직영을 하지 않고 도매상으로 납품을 받아 구입하는 유통구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이어 "천안의 외식비 가격은 전년도에 비해 크게 상승하지는 않았지만 (천안 0.3%, 공주 1.2%) 여전히 높은 가격이 유지 되고 있다”며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업소의 매출이 높은 것이 아니라 식생활 패턴 변화와 건강식 욕구 증대와 같은 시대적인 흐름을 볼 때 질적인 경쟁력이 매출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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