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특권 폐지 위해서라도 국회 문 열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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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가 경쟁적으로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거나 국회 개혁을 상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시작한 쪽은 새누리당이다. 당은 지난 9일 연찬회에서 6가지 국회 쇄신안을 의결했다. 그 후 방안별로 태스크 포스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당내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노동 무임금’ 약속을 지킨다며 6월 세비를 반납했다. 그러자 24일 민주통합당이 특권폐지 방안을 발표했다.

 두 당의 방향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의원연금은 대폭 축소하면서 의원부담을 늘리고, 의원의 겸직은 금지한다. 불체포 특권의 남용을 방지하고 윤리특위를 대폭 강화한다. 민주당은 ‘무노동 무임금’엔 참여하지 않고 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양당의 이런 움직임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지금 거론되는 사안이 모두 역대 국회에서 상속된 것이기 때문이다. 연금제 덕분에 한 달만 의원을 해도 65세부터 매달 120만원을 받는다. 겸직 의원은 19대만 해도 모두 94명이며 이 중 25명이 보수를 받는다. 법률고문 등으로 보수를 받는 법사위 의원들이 법조개혁에 나서긴 힘들 것이다. 불체포 특권은 동료의원 방패로 활용됐고 윤리특위는 동료 감싸기였다. 18대에선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민노당 의원이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을 정도였다.

 여야의 각종 개혁안이 흐지부지된 것을 기억하는 유권자는 이번에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 더군다나 여야의 방안들은 획기적이어서 실제로 입법화에는 여러 장애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국민소환제를 하면 의원이 이익단체의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의원 신분을 보장한 헌법과 관련된 문제도 있다. 그래서 이런 방안들이 성숙된 체계를 갖추려면 정교한 논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정당들은 개혁을 발표하면서도 정작 이를 실천할 국회의 문을 닫고 있다. 여러 쟁점 가운데 특히 MBC 파업에 관한 청문회를 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개원을 막을 이유가 되지 못한다. 문을 연 후에 관련 상위에서 논의하면 충분하다. 개원은 의무다. 국회는 특권 폐지도 필요하지만 일단 의무부터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