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욱하다 …‘뚝’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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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봉중근

22일 LG와 롯데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LG 마무리 봉중근(32)은 5-3으로 앞선 9회 초 등판해 강민호에게 2점 홈런을 맞고 동점을 내줬다. 13연속 세이브를 올렸던 봉중근의 시즌 첫 블론 세이브(구원투수가 승리 상황을 날려버리는 것)였다. LG는 연장 12회 접전 끝에 5-6으로 졌다.

 9회 초가 끝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봉중근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오른손으로 소화전함을 때렸다. 오른손등이 골절된 봉중근은 다음 날 수술을 받았고, 1군에서 제외됐다. 그는 팀과 자신에게 ‘자해 행위’를 했다.

 선수들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나름대로 화를 표출한다. 타자가 삼진 당하고 방망이를 부러뜨리거나 투수가 홈런을 맞고 난 뒤 글러브를 내동댕이치는 장면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승부욕은 화를 부른다. 자신에게 부상을 입히면 개인은 물론 팀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봉중근의 행동에 대해 “기본을 망각했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년 전에도 이 같은 일이 있었다. 지난해 투수 부문 4관왕 KIA 윤석민은 2010년 6월18일 인천 SK전에서 8⅓이닝을 3실점(2자책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구원투수가 점수를 허용해 승리가 날아갔고, 팀은 역전패했다. 열 받은 윤석민은 오른손으로 라커 문을 쳐 손가락이 부러졌다. 공교롭게도 KIA는 그 경기를 시작으로 16연패를 당했다.

 ‘자해 사태’는 해외 야구에서도 종종 있었다. 일본프로야구 왼손 투수 스기우치 도시야(요미우리)는 다이에 시절인 2004년, 2이닝 7실점으로 난타당하고 더그아웃 의자와 벽을 내리치는 바람에 양손이 부러져 시즌을 접었다. 메이저리그 투수 케빈 브라운도 뉴욕 양키스에서 뛰던 2004년, 손으로 더그아웃 벽을 때리고 3주간 부상자 명단 신세를 져야 했다.

 봉중근이 있었다면 이겼을지도 모를 23일 경기에서 LG는 4-6으로 또 역전패했다. 24일에도 1-7로 무기력하게 졌다. LG 타선은 롯데 선발 이용훈에게 8회 1사까지 퍼펙트게임을 당했다. 주말 3연전을 롯데에 헌납한 LG는 시즌 처음으로 승률(0.492)이 5할 아래로 떨어졌다. 봉중근의 재활엔 2주가량이 걸린다고 한다. 힘겨운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LG엔 비상이 걸렸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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