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패니시 오믈렛 ,블루베리 스무디...호텔밥 부럽잖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76호 24면

브런치(Brunch). 아침식사(Breakfast)와 점심(Lunch)을 결합한 단어로 오전 느지막이 먹는 서양식 ‘아점’이다. 외국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유학생들의 영향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에서도 슬슬 유행하기 시작했다. 청담동이나 가로수길, 삼청동, 이태원같이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곳에서는 이미 브런치 카페들로 북적댄다. 휴일 날, 달콤한 늦잠에서 깨어나 우아한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세련된 식사를 즐기는 것, 사실 멋지긴 하다. ‘뉴요커’나 ‘파리지앵’의 자유롭고 세련된 이미지도 있다. 이 때문에 소위 트렌드 세터(Trend-setter: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대도시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식생활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주영욱의 도전! 선데이 쿠킹 <5> 브런치

휴일에 늦잠자기 좋아하는 우리 가족들을 위해 멋진 브런치를 한번 만들어 주기로 했다. 오랜 습관 때문에 나는 휴일에도 일찍 일어나는데, ‘우렁각시’처럼 뚝딱 준비해서 늦게 일어나는 가족들을 놀라게 해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가족휴가 때 갔던 호텔의 멋진 아침식사를 입버릇처럼 그리워하는 아이들 취향에도 딱 맞다. 브런치 아이템 선정에 들어갔다. 내가 쉽게 만들 수 있는 것, 그리고 호텔풍의 우아한 이미지가 있는 것을 찾아보았다. 오믈렛(Omelet)이 딱 좋을 것 같았다. 계란에 이런저런 야채와 햄이 함께 들어가니 영양 균형 면에서도 좋다. 거기에 블루베리 스무디를 만들어서 곁들이기로 했다. 블루베리는 2002년 뉴욕타임스가 건강에 좋은 10가지 수퍼 푸드 중 하나로 선정한 건강식품이다. 맛도 좋고 몸에 좋은 성분들이 듬뿍 들어 있다.

그동안 출장을 다니면서 호텔에서 곁눈질한 내공으로 오믈렛은 대충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제대로 된 오믈렛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져봤다. 오믈렛의 세계가 생각보다 넓고도 깊었다. 재료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오믈렛이 있었다.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오믈렛이 무려 115만원짜리(1000달러)라는 신문기사도 있었다. 미국 뉴욕의 한 고급 호텔에서 파는 오믈렛이란다. 금가루를 발랐나 했더니 캐비아가 듬뿍 들어갔다고 한다.

여러 오믈렛 중 스패니시 오믈렛(Spanish Omelet)이라는 것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베이컨과 여러 야채를 섞어 내용물을 만들고 계란 스크램블을 해서 둥글게 말아내는 오믈렛이다.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바로 그것이다. 양식 조리 기능사 자격증 시험에도 나오는 오믈렛이어서 인터넷 사이트, 블로그 상에 요리법들이 아주 자세하고 친절하게 잘 나와 있었다.

일요일 아침, 일찌감치 일어나 재료 준비를 시작했다. 사실 재료를 준비하는 것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번거로운 과정이다. 초보 요리사에게는 더욱 그렇다. 우선 오믈렛 안에 들어갈 재료, 즉 양파·버섯·피망·토마토·베이컨을 일정 크기로 작게 잘라 놓아야 한다. 조리 기능사 준비 사이트에서는 0.5㎝ 크기로 일정하게 잘라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세상에! 하긴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은 법이니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모양 있게 잘랐다.

토마토는 껍질을 벗겨야 한다고 요리법에서는 얘기하고 있었는데, 막상 껍질을 벗기려 해보니 초보 요리사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양식 조리 기능사 선생님’들 몫으로 놓아두기로 하고 나는 과감히 포기했다. 그냥 껍질째 쓰기로 했다. 계란은 1인분에 3개씩의 분량을 휴대용 믹서(Hand Blender)로 잘 풀어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나니 재료 준비가 모두 끝났다.

프라이팬을 약간 달군 후 식용유를 넣고 내용물 재료들을 볶기 시작했다. 베이컨, 양파, 버섯, 피망, 토마토의 순서대로 넣으면서 약한 불에 볶았다. 오래 익혀야 하는 순서대로 먼저 넣어야 하기 때문에 이 순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러고 나서 케첩을 조금 뿌려서 마무리로 볶아줬다.

이제 오믈렛을 만들 차례다. 오믈렛용 팬(지름이 18~22㎝ 정도가 적당)에 버터를 넣고 버터가 녹을 때쯤 계란 풀어놓은 것을 부었다. 약한 불에 젓가락으로 빠르게 저으면서 스크램블을 만들었다. 어느 정도 계란이 익은 다음에 볶아놓은 야채 내용물을 가운데에 적당히 넣고 동그랗게 말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요리사들이 하는 것을 보면 프라이팬을 기울여가며 손목을 다른 손으로 톡톡 쳐가면서 오믈렛을 동그랗게 잘 말던데 그것이 참 쉽지가 않았다. 양쪽 끝이 뾰족한 럭비공 모양이 되어야 한다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봐도 초승달이나 반달 모양에서 진도가 더 안 나간다. 몇 차례 실패 끝에 ‘사람을 불러야 하는’ 경지에 틀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냥 초승달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제는 블루베리 스무디를 만들 차례다. 이름은 뭔가 그럴듯하지만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블루베리와 우유, 마시는 요구르트, 꿀 조금, 그리고 얼음 몇 조각을 함께 믹서에 넣고 갈면 끝이다. 그러는 사이에 잠이 깬 집사람이 핫케이크를 뚝딱 만들어 협찬해 줬다(참 쉽게도 만든다).
오믈렛과 블루베리 스무디, 그리고 핫케이크를 모양나게 차려놓고 아이들을 깨웠다. 아이들의 첫 번째 반응은 와!였다. 꼭 호텔에 온 것같이 너무 예쁘게 잘 차려놓았단다. 자다가 깨서 뭔가 기분 좋은 선물을 받은 얼굴로 식탁에 앉아 아빠표 브런치를 먹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까다로운 막내는 오믈렛의 모양이 좀 안 난다고 지적했다가 누나의 핀잔을 들었다.

맛은 아이들 모두에게 아주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텔에서 먹었던 맛하고 똑같단다. 다음 번에도 또 해달라고 한다. 이 맛에 요리를 하는구나 싶었다. 휴일 아침 깜짝 선물로 준비한 아빠의 브런치 이벤트는 기분 좋은 성공이었다. 아이들도 기분 좋고 나도 기분 좋고, 약간의 수고로 휴일 하루가 우리 가족 모두에게 멋지게 시작되었다. 하늘이 더 맑았고 햇살은 눈부셨다.

재료
·스패니시 오믈렛
계란(1인분에 3개), 토마토, 베이컨, 양파, 피망, 양송이 버섯, 토마토 케첩, 버터, 소금, 후추, 식용유
·블루베리 스무디
블루베리, 우유, 드링킹 요구르트, 꿀, 얼음

준비
1 오믈렛 내용물 준비-베이컨, 토마토, 양송이 버섯, 피망, 양파 등을 작은 주사위 크기(0.5㎝
정도)로 잘라서 준비한다. 토마토와 피망은 씨 부분을 제외하고 준비한다. 토마토는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껍질을 벗겨야 한다고 하는데 초보 요리사로서는 조금 무리인 것 같아서 포기했다. 그래도 맛은 별 문제 없었다.
2 블루베리 스무디: 블루베리, 우유, 드링킹 요구르트, 꿀 약간, 얼음 3~4개를 믹서에 넣고 갈면 쉽게 완성
3 스패니시 오믈렛에 들어갈 내용물을 토마토 케첩을 넣고 약한 불에 볶아놓은 것. 볶는 순서는 베이컨-양파-버섯-피망-토마토의 순서대로 볶아야 한다. 토마토 케첩은 마지막 마무리로 집어넣는다.
4 블루베리. 마트에 가면 냉동된 블루베리를 판다. 냉동실에 넣어놓고 필요할 때 사용
5 오믈렛을 위한 계란 준비. 1인분에 계란 세 개가 적당하다. 손으로 저어서 풀게 되면 제대로 잘 고르게 풀어지기가 쉽지 않다. 핸드 믹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손으로 저어서 하는 경우에는 마무리로 체에 거르면 더 고운 입자가 된다.



주영욱씨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그중 사진, 여행, 음식을 진지하게 좋아한다. 마케팅리서치 회사 마크로밀코리아 대표이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