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연결 PC 이용한 대규모 과학연구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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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이나 신약 연구, 외계인 찾기처럼 엄청난 계산능력이 필요한 대규모 연구를 수천-수만 대의 PC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수행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분산처리기술''로 알려진 이 기술은 적게는 수천 대에서 많게는 수백만 대의 PC를 인터넷으로 연결, 각각의 컴퓨터가 일을 나누어 하게 하게 함으로써 슈퍼컴퓨터보다 더 강력한 가상(virtual) 컴퓨터를 구성하는 것이다.

즉 인터넷에 연결된 PC가 사용되지 않거나 일부 기능만이 사용되고 있을 때 대규모 연구의 일부 과제를 전송받아 처리한 뒤 결과를 연구기관에 보내는 것이다.

스탠퍼드대는 최근 완성된 인간게놈지도를 토대로 각각의 유전자 기능을 밝혀내는데 인터넷에 연결된 PC를 이용하는 게놈엣홈(Genome@home)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스크립스연구소도 분산처리 업체인 엔트로피아사(社)를 통해 변종 에이즈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약을 찾고 있다.

분산처리 프로젝트용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커크 피어슨은 "과학자들은 현재 이기술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단계"라며 "이들 프로젝트가 신뢰할 만한 것으로 입증되면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산처리기술을 영화 특수효과나 경제 예측 등에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민간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엔트로피아사(社)와 파라본 컴퓨터에션사(社) 등은 이미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인터넷 사용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 기술의 경제성을 인식한 주노 온라인 서비스사(社)는 최근 인터넷 사용자들의 컴퓨터를 분산처리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항상 전원을 켜놓는 대가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분산처리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보안과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컴퓨터 사용자들의 우려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지만 개별 컴퓨터 성능이 향상되고인터넷 사용이 늘수록 성공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행 중인 분산처리 프로젝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UC Berkeley)의 외계문명 탐색연구인 세티엣홈(SETI@Home)이다.

프로젝트 칠레 아레시보에 있는 세계최대의 전파망원경으로 수집한 외계 신호를 분석, 외계문명을 찾는 연구로 1999년 5월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300여만 명의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티엣홈은 인터넷 사용자가 연구팀 홈페이지에 접속해 화면 보호기 같은 분산처리 프로그램을 전송받아 설치하면 컴퓨터가 사용되지 않을 때 자동 실행되면서 외계신호 분석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분산처리기술은 원래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일부 대학의 리눅스 사용 컴퓨터들을 연결하는 것에서 시작됐으나 90년대 말 인터넷에 적용되면서 암호해독과 가장킨 소수(素數) 계산 등에 이용됐다.

이 기술이 이제는 게놈과 유전자, 에이즈, 암 연구, 외계인 탐색 등 슈퍼컴퓨터를 사용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대규모 연구 수행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산처리기술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 사용자들이 악의적으로 데이터를 왜곡하거나 파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PC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하는 현재의 분산처리기술이 미래에는하드드라이브(HDD)를 정보 공유에 활용하는 데까지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냅스터 같은 개인 간 파일 공유서비스를 이의 초기단계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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