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훈 향군개혁본부 회장 “실제 빚 7000억 … 언제 터져도 터질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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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향군인회의 비리 의혹은 이미 3년 전부터 내부로부터 제기돼 왔다. ‘대한민국 향군 지키기 정의개혁 운동본부’의 안태훈(68·사진) 회장이 향군 개혁 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안 회장은 1965년 해병대 청룡부대의 일원으로 베트남전(戰)에 참전했던 군인 출신이다. 그는 고(故) 박세직 재향군인회 전 회장(2006~2009년)이 대한해외참전전우회 회장을 맡았을 때 이 단체 부회장으로 10년간 함께 일했다. ‘향군을 바로잡겠다’며 안씨가 2009년부터 재향군인회와 국가보훈처·감사원 등과 주고받은 질의서만 10여 건. 그를 22일 서울 신정동 대한해외참전전우회중앙회 사무실에서 만나 향군의 790억원 대신 변제 사건 등 잇따른 비리의 원인과 대책을 들었다.

 - 향군 개혁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2000년대 초반 서울 신천동 향군회관 신축사업을 추진하며, 향군 총회 의결에 따라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2007년 신동아건설로 시공사가 바뀌었다. 또 당초 계획과 달리 사업 부지의 절반을 시공업체에 팔고 부지의 50%에만 빌딩을 짓는다고 했다. 지금은 또 다른 시공사가 공사를 한다. 사업이 부진하면 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지도부가 판단을 잘못했다. 그때부터 내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향군이 빚이 많아 건물이 완공돼도 입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 부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내가 재작년 향군에 부실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향군이 소형 건설사 S사(2008년 부도)의 사업 두 곳에 350억원을 쓰는 등 총 1120억원의 손실을 본 것에 대해서다. 당시 지도부는 ‘시공사를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 중이다’고만 했다. 결국 지난해 8월 언론에 재향군인회 빚이 5000억~6000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갔다. 당시 향군 본부 사무총장실에서 감사실장을 만나 ‘빚이 도대체 얼마냐’고 물었더니 ‘한 7000억원 된다. 2500억원 정도를 제외하곤 다 수습할 수 있다’고 하더라. 기가 막혔다. 향군 문제는 결국 터지게 돼 있었다.”

 - 향군에 잇따르는 비리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지도부가 제일 큰 요인이다. 향군은 주요 지도부 인사를 회장이 지명한다. 회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앉히는 거다. 박세직 전 회장 때 지도부는 향군 사업을 총괄하던 진흥부회장 고모씨를 포함해 모두 6·25 전쟁 육군 제3사단 백골사단 출신들로 채워졌다. 그가 백골사단장이었을 때 부하들을 간부로 채용한 거다. ‘대한민국 재향군인회가 백골사단 부대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사업을 맡기려면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데···. 운전면허증도 없는 사람에게 운전하라고 맡긴 꼴이다.”

 -관계 부처는 향군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 몰랐나.

 “국가보훈처와 재향군인회는 한집안이나 다름없다. 향군은 사업의 수익 일부를 보훈성금으로 보훈처에 예치하고, 보훈처는 이를 다시 향군에 국고지원금으로 준다. 향군 사업의 운영 상황을 보훈처에서 모를 수가 없다. 그러나 보훈처는 항상 ‘수습해서 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향군을 감싸고 돈다.”

 - 앞으로 개선책은.

 “부실 운영의 책임자들을 법적으로 처리하고, 현 지도부를 쇄신해야 한다. 국가보훈처도 마찬가지다. 향군 문제는 감싸고 숨겨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썩어 있는 다리를 잘라야 나머지도 산다. 대한민국 향군은 지도부 몇 사람의 것이 아니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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