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부가가치 없는 25집의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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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준결승 3국>
○·원성진 9단 ●·천야오예 9단

제11보(145~161)=우하귀는 25집 언저리다. 아무런 부가가치가 없는 ‘산술적인 25집’ 그 자체다. 하지만 좌상의 패는 다르다. 산술적 크기는 10집 언저리에 불과하지만 백은 두터워지고 흑은 엷어져 온갖 부가가치가 발생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런 알록달록한 재미를 높이 친다). 게다가 144, 이 수가 기막히다.

 ‘참고도1’ 흑1로 두면 백2~8까지 살아간다. ‘참고도2’ 흑1 쪽에서 막는다면 이 백은 살까. “산다”는 결론이다. 흑의 포위망도 무척 엷어진 탓에 백A가 선수라. 그냥 죽지는 않는다. 그러고 보니 우하귀나 이쪽 귀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흑은 완전 망했다(패를 거는 대신 이쪽 귀나 지켜 두었으면 흑은 확실히 편했다).

 천야오예 9단은 우울한 얼굴로 145부터 챙겼고 원성진 9단은 기민하게 146으로 삶을 확실히 했다. 이로써 상변으로 빙 돌아간 백 집이 꽤 커졌다. 사실은 이게 백의 전 재산에 가깝지만 패까지 남아 엷어 터졌던 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출세했다. 하늘과 땅 차이다. 형세는 이제 비슷해졌다. 한데 이 모든 게 초 일류라 할 천야오예의 작품이란 점이 신기하다. 백은 가만히 있는데 유리한 흑이 패를 걸어 사고를 쳤다. 그게 바둑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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