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판 자라’ FFB 국내 상장 일단 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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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날은 푹푹 찌는데 기업공개(IPO)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최근 호주 기업 최초로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던 ‘호주판 자라’ 패스트퓨처브랜즈(FFB)가 이달 말로 예정된 공모 일정을 철회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모가 확정을 위해 수요예측을 했지만 회사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공모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20일 말했다. 이 회사는 전날 금융감독원에 공모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FFB가 희망한 공모가는 1만400~1만2400원이다. 그러나 14~15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는 희망 공모가의 하단에도 크게 못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회사 마짐 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FFB 가치를 터무니없이 평가하지만 않는다면 계획대로 상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13일자 E9면>

 상장 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유명환 기업금융1부 팀장은 “수요예측일이 그리스 총선 직전이라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며 “회계부정 등으로 외국 기업에 대한 불신도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6개월까지를 공모기간으로 설정한다. FFB의 상장 승인 통보일은 4월 13일이다. 오는 10월까지는 다시 공모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유 팀장은 “재상장 추진 일정은 회사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15일엔 현대오일뱅크가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이 회사는 공모 규모가 1조5000억~2조원에 달해 IPO 시장의 대어로 꼽혔다. 산은금융지주와 미래에셋생명을 비롯해 애경화학·AK캠텍·해태제과·웅진패스원 등도 내년 이후로 상장을 연기하는 분위기다.

  이로써 올 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은 총 10개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34개사)에 비해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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