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분야부터 ‘로펌 전투’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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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미국의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법률시장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11일 법무부에 의해 국내 최초로 외국법자문사 승인을 받은 외국 변호사 3명이 18일 대한변협에 정식 등록을 하면서다. 영국 클리퍼드 챈스의 브라이언 캐시디(44) 변호사, 미국 롭스 앤 그레이의 김용균(55) 미국변호사, 미국 셰퍼드 멀린의 김병수(56) 변호사가 그들이다. 이들은 앞으로 외국법 사무를 다루게 된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법률시장 개방으로 우려했던 서양함대의 선발대가 한국시장에서 영업을 개시한 셈”이라 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에 외국법자문사 업무를 시작한 로펌들은 규모와 매출액 면에서 세계 100위권 안에 드는 데다 한국 시장에서 각자 특화된 분야를 공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 로펌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3위 로펌 클리퍼드 챈스는 에너지나 가스, 광산 인수합병(M&A) 등의 프로젝트를 비롯해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는 금융·전자 대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한국사무소 대표인 브라이언 캐시디 변호사는 “30년간 한국과 협력해 왔기 때문에 한국이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벌써 서울 을지로의 페럼타워에 사무실을 구했고 홍콩에 있는 10여 명의 한국인 변호사를 조만간 서울에 파견할 계획이다.

 미국 로펌인 롭스 앤 그레이는 특허소송이나 기업 M&A, 공정거래법 등을 전문으로 할 계획이다. 15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롭스 앤 그레이는 ‘나는 기계(비행기)’로 특허를 받은 라이트 형제, 전화기 발명가인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천재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등의 특허권 획득을 대리하며 성장해 온 특허 전문 로펌이다. 이 로펌 한국사무소 대표인 김용균 변호사는 “한국사무소가 생기면서 기존 기업고객들이 미국에 가지 않고도 법률상담이나 소송전략 등을 논의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미국 로펌 ‘셰퍼드 멀린’은 금융과 공정거래, 기업 M&A 분야를 주로 다룬다.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실속 있는 로펌이다. 외국법자문사 승인을 받은 김병수 변호사는 “셰퍼드 멀린의 변호사들은 경험도 풍부하고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자부했다. 이들은 서울 중구 센터원빌딩에 사무소를 냈다.

채윤경 기자

◆외국법자문사= 외국법이나 국가 간 조약 등에 관한 자문과 국제 중재사건 대리 를 할 수 있는 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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