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2001시즌 예상 - 이종범(1)

중앙일보

입력

'일본열도를 누빈다'

올시즌에는 유난히 현해탄 건너 일본에 진출한 한국선수들에게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요미우리 3인방, 주니치의 이종범, 오릭스의 구대성 등 총 5명으로 역대 어느해보다도 많은 선수들의 활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열도를 누빌 5명의 한국선수에 대해 올시즌을 전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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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올해는 명예회복의 해"

'야구천재'의 명성은 한국에서만 통했다. 일본에서 보내온 3년은 야구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이종범에게는 시련의 시기였다.

한때 해태에서 그의 영입을 추진해 국내복귀가 실현되나 했지만, 이선수는 명예회복을 위해 계속 주니치에 남아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각오를 내비추었다.

최근 컨디션도 좋아 주니치가 이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1번 복귀를 위해 오키나와 캠프에서 훈련하는 이종범의 올시즌은 청사진으로 가득하다.

▶ 걸어온 길

출발은 좋았다. 98시즌 한때 4할까지 쳤고, 그런대로 팀의 1번타자 역할을 착실히 수행해냈다. 포지션도 유격수로 한국에서의 모습과 별다를게 없었다.

하지만 시즌 중반 한신 타이거스의 가와지리에게 데드볼을 맞은 후 시즌을 마감하다시피 했다. 이렇게 98년 한해가 지났다.

98시즌 좋은 활약에 의해 기대감으로 시작한 99년. 하지만 그런 기대감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공백이 너무 컸다. 여기에 일본투수들의 분석야구에 이종범이 철저히 농락당하며 방망이도 발도 제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이종범은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빅리그 출신 딩고에 밀려 2군에서 스타트를 끊었고, 1군 복귀 후 한때 상승세를 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미흡했다. 고정된 타순도 없었고 발도 꽁꽁 묶여있었다. '야구천재'의 명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 희망의 새해

이종범은 최근 오키나와 캠프에서 돌풍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전천후선수로서 코칭스테프에게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수비는 좌익수와 3루수를 주로 맡고 중견수로서도 연습 중이다. 용병 팀 언로와 오스본 티몬스와의 수비경쟁에서 안정성면에서 앞서고 있다. 올시즌 이 포지션 중에 하나를 맡아 지속적인 선발출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격에서는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스프링캠프에서 맞추는 타구마다 빨랫줄타구다. 미즈다니 타격 코치가 "우리팀에서 현재 이종범의 타격 컨디션이 가장 좋다"고 말할 정도다. 자체연습 경기에서도 1번타자로 출전해 3경기 연속안타를 기록했다. 좋은 타격감을 계속 유지할 경우 1번 복귀를 확신할 수 있다.

그동안 이종범을 둘러싼 어두운 그림자가 조금씩 걷어지고 있는 것이다.

▶ 이래야 산다

이종범의 최대 무기는 도루능력과 주루플레이다.

도루수는 출루율과 비례한다. 최근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어 도루에 기대를 걸어봄직하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도루기회가 자주 주어지지는 않았다. 안정된 플레이를 위해 단독도루를 상대적으로 꺼리는 일본야구 특히 호시노감독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도루성공률이 선행되야 도루의 기회도 자주 올 것이다.

도루능력과 함께 이선수의 주루플레이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최상급이다. 지난해 요코하마와의 경기에서는 좌전안타 때 1루에서 홈까지 들어올 정도였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공격의 물꼬를 터야한다.

타순 고정도 중요하다. 이선수는 지난해 1번에서 7번까지 안맡아본 타순이 없었다. 그만큼 성적에 기복이 있었다는 반증이겠지만 호시노감독의 라인업 배정에 불만족스러운 점도 많았다. 들쑥날쑥한 타순 배정으로 이선수는 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종범에게 붙박이타순을 배정해주고 그에 대한 믿음이 뒤따를 때 향상된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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