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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에게 초대받은 500명이 쏟아낸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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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김경희
사회부문 기자

“2013년 큰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날입니다.”

 12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500인 원탁 토론, 서울교육을 말하다’라는 행사에 참석해서다. 곽 교육감은 미국의 타운 미팅 방식을 본떠 교육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로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 참가 신청을 했거나 지역교육청 추천을 받은 학생·학부모·교사·시민 등 500여 명이 모였다. 50개 원탁에 각각 토론 진행자 1명과 학생·교사·학부모 등 10명이 둘러앉았다. 120개의 참관인석도 가득 찼다.

 곽 교육감은 토론회를 시작하며 “시민 여러분의 지혜, 고견을 듣겠다”고 했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이 준비한 15쪽짜리 토론회 자료집에서 무상급식 확대, 혁신학교 내실화 등 ‘곽노현표’ 정책 홍보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그렇다 보니 행사 시작 전부터 곽 교육감이 업적 과시를 위해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감 선거 때 후보 매수 혐의로 올해 1심에서 3000만원 벌금형, 2심에서 징역 1년형을 받은 그는 조만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물러나야 한다. 그래서 장기 정책방향을 의논하겠다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우려도 있었다.

 토론은 곽 교육감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이어진 논의에서 그의 핵심 정책에 공감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은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다 뭐다 해서 생활지도가 더 어려워졌어요. ”(교사)

 “애가 학교에서 급식을 절반 남겨요. 무상급식보다 질 좋은 급식을 원합니다.”(학부모)

 곽 교육감이 내세운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 등에 대한 반응은 냉랭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쓴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곽 교육감은 마무리 발언에서 “서울시 교육방향이라고 굳게 생각했던 것과 오늘 토론 방향이 일치했다. (제 정책이) 민심의 바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라고 말했다. 수도 서울의 초·중·고교 교육을 책임진 교육감이 ‘자기도취’에 빠져 학생과 학부모들의 냉정한 지적을 외면하는 것 같았다.

김경희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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