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밀을 간직한 여인, '광시곡'의 박예진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10일 개봉된 '광시곡'은 '미스터리와 멜로가 중심이 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며 제작된 장훈 감독의 데뷔작이다. 제작초기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아쉽게도 흥행 면이나 작품성 면에서 그리 후한 점수를 받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아주 건질게 없는 건 아니다. 여배우 기근에 시달리는 충무로가 가능성 있는 여배우 한사람을 발견했으니까. 극중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강지영' 역의 박예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박예진은 소수 관객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데 그쳤던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스타덤에 오른 신예. 고전적이면서 차분한 미소가 돋보이는 그는 현재 중앙대학교 연극과에 재학중이다. 비슷한 또래 배우들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과 안정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백상예술대상, 평론가협회 신인상을 거머쥐며 당당히 블록버스터 '광시곡'의 히로인으로 발탁되었다. 신인급 여배우가 스토리 구조의 중심에 선다면 분명 대단한 일이다. 극중에선 시각 장애인으로 등장, 그리 쉽지 않은 배역을 소화해냈다.

'광시곡'에서 그녀가 맡은 '강지영'이란 인물은 A팀의 부팀장 강민식의 여동생으로, 국방과학연구소의 국가기밀탈취 사건이 발생되는 상황에서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일기예보와는 전혀 딴판이었던 추운 날씨 속에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박예진을 만났다. 그녀는 '광시곡'의 개봉으로 한창 바쁜 일정에도 불구, 반가운 미소로 취재진을 반겼다.

- '광시곡'이 개봉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아서 한창 바쁘실 것 같습니다. 요즘 근황부터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요즘은 주로 영화 홍보를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리고 요즘 맡게된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이후 '광시곡'의 출연은 의외로 받아들여지는데요, '광시곡'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참 재밌었어요. 사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민효신'역이 그릭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인물이잖아요?. 이번에는 좀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역할 자체가 예쁘고 순수한 역할이라 출연을 결심하게 됐죠."

-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민효신'과 '광시곡' '강지영'이라는 캐릭터는 뭔가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많은 차이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 박예진씨는 어느 쪽에 가까우세요?

"음...저에겐 두 가지가 다 공존하는 것 같아요. 특히, 일상생활에선 하루에도 수없이 감정이 변하거든요. 말하자면 감정의 낙폭이 크다고 할까요? 어느 면이 딱히 제 모습이라고 규정짓기는 좀 힘들어요. 그리고 주위 사람들은 저를 볼 때마다 성격이 다르다고 하세요. 얌전할 때도 있고 외향적일 때도 있고... 그래서 주위 분들께서는 저의 이미지를 각기 다르게 기억하고 계시죠.(웃음)"

- '광시곡'은 스케일이 큰 액션 영화이자 멜로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멜로 드라마에서 경우 여주인공의 역할이 그 어느 장르보다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심적 부담은 없었습니까?

"사실 굉장한 부담이 됐죠. 여주인공이자 비밀을 간직한 인물이기도 했지만 저에겐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이후 첫 출연작이라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더 컸어요. 게다가 쉽게 소화해낼 수 없는 시각 장애인 역할이었기에 더 힘들었죠."

- 시각 장애인 연기를 위해 따로 준비한 게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시각장애와 관련된 영화를 많이 찾아봤어요. '사랑이 머무는 풍경'이나 '여인의 향기' 같은 영화들이요. 그리고 안대를 끼고 식사하는 연습도 하고, 시각장애인 분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죠.(박예진은 알 파치노가 시각 장애인으로 등장하는 '여인의 향기'를 수십 번 씩 돌려보며 연기를 공부했다고. 뿐만 아니라 맹인안내견 학교에서 4박 5일 간 합숙했을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 영화에 보면 위험한 장면도 많은데,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시각 장애인이라 더 위험한 점이 많았죠. 극중 뛰어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앞을 못 보니까 힘들고 위험했죠. 특히,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에서는 발을 헛디뎌서 다치기도 했어요. 고생을 좀 했죠."

- '광시곡'은 작품성 면이나 흥행성 면에서 아쉬운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연기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더 큰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 시나리오에 있던 것들이 영화에서 설명이 되지 못한 것 같아요. 저는 시나리오를 다 이해하고 연기했기 때문에 몰랐는데, 시사회 직후 관객들 반응을 들으니까 기본적인 스토리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죠. 제 연기에 대해서는 작업이 너무 급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현장에서 모니터도 제대로 못 봤어요. 영화를 볼 때마다 아쉬움이 많이 남죠."

- 많은 분들이 박예진씨에 대해 '전도연, 심은하 뒤를 이어갈 배우'이라는 평들을 합니다. 다시 말하면 그 만큼 연기의 폭이 크다는 말인데요, 이러한 평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하는 단계인데 그런 말씀들을 해주시면 정말로 감사하죠. 저도 그런 선배님들처럼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겠고요."

- 만약 연기자가 아니었다면 지금 어떤 일을 했을 것 같아요?

"음...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을 것도 같고, 아니면 돈을 벌고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장사엔 좀 소질이 있거든요.(웃음)"

- 어릴 적부터 연기자가 꿈이었다고 들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 TV 보고는 엄마한테 울면서 탤런트 시켜달라고 떼쓰고 그랬죠. 왜 연기자가 되고 싶었는지는... 특별한 계기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어렸을 적부터 연기자의 꿈이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는 게 참 신기해요."

- 그리 길지 않은 연기생활동안 두 편 작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요,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그리고 본인 스스로 모델로 삼고자 하는 있다면?

"진실한 연기자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연기자의 모델이랄까.. 그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찾고 있는 중이에요. 하지만 좋아하는 선배는 있습니다. 바로 안성기 선배님. "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 있다면?

"'미술관 옆 동물원'의 심은하 선배님 역할. 예뻐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예쁜 역할이잖아요. 바지에 티 하나만 입고 나와도 자연스러운 역할 너무 해보고 싶어요. ('미술관 옆 동물원'의 심은하 선배님처럼 털털한 가운데 깔끔한 매력이 느껴지는 연기, '접속'의 전도연 선배님처럼 사랑의 슬픔과 기쁨을 마음속에 갈무리하는 연기 등을 하고 싶다"고 답하면서도 "하지만 아직은 주어진 배역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은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세요?

"음... 여러 가지 색깔을 가졌다는 점. 다른 분들이 그러세요. 묘하다고. 저를 볼 때마다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데요. 그게 제 매력인 것 같아요."

(영화와 관련된 인터뷰는 여기까지다. 이후부터는 슬슬 개인적인 질문으로 오고갔다.)

- 남자친구 있어요?

"전 너무 많아요.(웃음) 사실 그 남자들은 그냥 친구죠. 이상하게도 전 여자보다 남자 친구가 더 많아요. 고민 있으면 함께 술 마시며 고민 들어주고 그래요. "

- 술을 잘 편인가봐요?

"조금 마시는 편이죠. 소주 한 병 정도?"

- 지금 학교는 휴학중이시죠?

"지금 중앙대 연극과 1학년 휴학 중이에요. 1학기 다니고 휴학했죠. 지금 하고 있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 모 인터넷 영화 사이트에 안재환씨와 함께 출연한걸 봤습니다. 작업은 어땠어요?

"아, '해피 버스 데이'라는 영화요? 그 작업은 너무 재미있었어요. 코미디 영화인데, 현장이 너무 재미있어서 즐겁게 촬영했죠. 앞으로 그런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번 출연하고 싶을 정도로."

- 인터넷 영화에 출연하셨다고 했는데, 인터넷은 잘 쓰시는 편인가요?

"아니요. 아직은 잘... 하지만 10살 차이나 나는 동생은 잘 써요. "

- 10살이나 차이가나요??

"동생이 91년생인데 볼 때마다 그런 생각하죠. 와! 91년에도 사람이 태어나는구나!(웃음) "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혜성과 같이 등장한 박예진은 그간 충무로의 집중 러브콜을 받아왔으나 신중하게 시나리오를 검토해왔다. "관객들에게 전작과는 다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영화로 '광시곡'을 골랐다"고 밝혔다. 당초 액션 영화로 기획된 '광시곡'은 박예진 덕분에(?) 멜로 부분이 강화됐다. 그 만큼 그녀에게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

비록, '광시곡'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이제 막 연기자의 길로 접어든 박예진을 차세대 한국영화의 기대주로 꼽기에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녀에겐 아직 팬들에게 보여줄 많은 모습들이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거품으로 가득한 비슷한 또래의 연기자들에 비한다면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남다르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신세대 배우다.

박예진 공식 홈페이지

http://www.starkorea.co.kr/yejin

스타덤 엔터테인먼트

http://starkorea.co.kr/stard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