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골 김보경 … 박지성이 사람 제대로 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김보경이 레바논과의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A조 2차전 경기에서 후반 2분 염기훈의 패스를 받아 30m를 단독 드리블한 뒤 골키퍼 오른쪽을 뚫는 왼발 슛을 터뜨리고 있다. 김보경은 A매치 데뷔골을 넣으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고양=뉴스1]

‘박지성의 후계자’보다는 ‘박지성급’이었다.

 김보경(23·세레소 오사카)이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2골을 몰아넣는 원맨쇼를 펼치며 한국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14경기 만의 A매치 데뷔골이자 결승골. 지난 9일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1차전에선 도움 2개를 기록한 김보경은 골까지 2개를 더하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2연승을 거둔 한국은 최종예선 A조 선두를 굳건히 했다. 지난해 11월 월드컵 3차예선에서 레바논에 당한 1-2 패배도 깨끗이 갚아줬다.

 이날 최강희 감독은 카타르전에 나섰던 선발 선수 중 3명을 교체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왼쪽 측면에 염기훈(29·경찰청)이 자리했고, 김정우(30·전북)가 허리를 담당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에는 오범석(28·수원)이 뛰었다. 그러나 경기 초반 한국은 힘든 경기를 했다. 일단 몸이 무거웠다. 대표팀은 지난달 24일 스위스로 떠나 카타르를 거쳐 돌아왔다. 보름 넘게 해외에 머물다 돌아와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레바논은 자기 진영에만 머무르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구사해 문을 걸어잠갔다. 여기에 전반 21분 기성용(23·셀틱)의 부상으로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을 투입하는 예상치 못한 선수교체를 해야 했다.

 레바논 수비에 고전하던 한국은 전반 중반 역습을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레바논의 아흐마드 즈레이크가 전반 24분 날린 강력한 중거리슛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살짝 빗나갔다.

 경기가 풀리지 않던 순간, 흐름을 바꾼 선수가 김보경이었다. 직접 “내 후계자로 꼽고 싶다”던 박지성의 안목은 정확했다. 박지성의 국가대표팀 등번호 7번을 달고, 박지성처럼 측면과 중앙을 활발하게 오가며 팀의 살림꾼 역할을 하던 김보경은 전반 30분 왼쪽 측면에서 이근호(27·울산)가 올린 크로스를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공은 골키퍼의 손을 스치고, 다시 골포스트를 때린 뒤 골망으로 빨려들어갔다.

 후반 들어 레바논이 반격을 시작하려는 찰나, 김보경이 승리에 쐐기를 박는 추가 골을 터뜨렸다. 김보경은 후반 2분 중원에서 염기훈이 찔러준 패스를 받아 단독 드리블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고, 침착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대표팀은 후반 44분 구자철이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상대 수비수의 공을 가로채 세 번째 골을 넣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한편 B조의 일본과 호주는 1-1로 비겼다.

고양=오명철 기자

양팀 감독의 말

◆최강희 한국 감독

어려운 일정을 소화하면서 2연승을 해준 선수들이 고맙다. 대표팀이 소집되기 전부터 악재들이 있었는데 선수들이 월드컵 최종 예선의 중요성을 알고 새로운 분위기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선수들의 단결된 모습이 어려움을 극복한 계기가 됐다. 앞으로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으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김보경은 소속팀에서 오른쪽 측면에서 활약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훈련 때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 기대를 많이 했다.

◆테오 부커 레바논 감독

한국이 이길 만한 경기를 했다. 한국은 조직적인 팀이고 우리보다 앞서 있다. 한국과 레바논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0-6으로 패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50% 정도 향상된 플레이를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