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CEO에 듣는다] ④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중앙일보

입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백과사전 세일즈맨 출신으로 1조원 규모의 중견그룹을 일군 입지전적 경영인이다. 그는 출판과 학습지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정수기·식음료 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고 인터넷사업 비중도 늘리고 있다.

尹회장은 “창의력이 있는 사원만이 회사를 키울 수 있다”며 “교육투자는 외환위기 때도 줄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룹의 재무구조는.

“웅진닷컴 등 주력업체들이 지난해 순익을 1백억∼2백억원씩 내는 등 대부분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내수경기가 위축했지만 웅진그룹은 매출액이 40% 늘어나 1조원 고지를 밟았다. 웅진닷컴·웅진식품·웅진코웨이 등은 몇년 안에 무차입 경영을 실현할 것이다. 연내 하도급 대금을 현금으로 줄 계획이고 웅진식품 등은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고성장 비결은.

“불경기가 곧 기회라고 생각한다.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면 시장을 뚫기도 쉽다. 웅진식품이 개발한 초록매실·아침햇살 등은 유통기반이 취약한 핸디캡을 딛고 천연음료 시장을 선점했다.또 정수기 임대사업에 처음 나서 성공했다.”

-지난해 인터넷 자회사를 설립했는데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다.

“다양한 서비스개발에 전력투구했다. 인터넷을 통한 교육·영상 서비스의 콘텐츠를 갖춰 3월 유료 서비스에 나설 것이다. 20년 동안 쌓은 학습지·단행본 콘텐츠도 인터넷에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대기업·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인은 독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솔직히 말해 구조조정의 핵심은 인력감축이다. 그렇다고 당장 감원할 계획은 없다.손이 많이 필요한 사업에 인력을 더 투입하는 등 인력 재배치를 꾸준히 할 생각이다. 기존사업과 동떨어진 투자는 안 하겠다. 서울 서초동에 9백평 부지를 마련해 사옥을 지을 계획이다. 착공시기는 미정이다(웅진그룹은 서울 종로4가 옛 담배인삼공사 청사를 장기 임대해 쓰고 있다).”

-계열사 운영은 어떻게 하나.

“각사 사장이 독립적으로 한다. 내가 간여하는 것은 신규투자 정도다.계열사 방문도 자제한다. 최근 한 사업장은 3년만에 가봤다. 경영위기가 닥친 계열사는 내가 대표이사로 나서 살린 뒤 전문경영인에 바통을 넘긴다.웅진코웨이는 1993년과 98년 두차례 부도위기를 맞아 내가 불을 껐다. 나는 소방수인 셈이다.”

-전문경영인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데.

“오너의 역할은 갈 수록 좁아질 것이다. 누가 경영을 하든 가장 중요한 일은 기업을 얼마나 오랫동안 잘 보존할 수 있는가이다. 주인 없이 성공한 국내 기업이 유한양행 등 몇 안되는 게 문제다.”

◇윤석금(56)회장은=70년대 초 한국브리태니커에 입사해 1년만에 전국 판매왕이 되는 등 출판판매에 재능이 뛰어나다. 80년 웅진출판사를 차려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 학습지·교육단행본·잡지발간을 망라한 출판그룹으로 키웠다.

정수기·식음료사업에도 경영수완을 발휘해 성공했고 인터넷사업에 관심이 많다. 신입사원 채용면접 때 단골 질문은 “하루에 몇시간 인터넷을 하느냐”다.

경영권 대물림과 관련해 “장남이 24살밖에 안돼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며 “웅진닷컴 대표이사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고윤희 기자yu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