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이치로 '제2의 토니 그윈'

중앙일보

입력

"이치로 활약, 확실하다."

얼마전 발매된 스태츠(STATS Inc.)
의 '스카우팅 노트북 2001'을 펴면 스즈키 이치로(27)
가 당당히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스카우팅 노트북에서 한 선수에 대해 한 페이지를 할애한 경우는 각 팀당 12명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 사사키 가즈히로가 팀 리포트의 가장 뒷부분인 '마이너리그 유망주'에 간단하게 실렸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파격적이다.

리포트의 내용은 더욱 놀랍다. 시애틀 매리너스 편을 담당한 베이스볼 위클리의 매트 올킨 기자는 "뛰어난 배트컨트롤과 함께 삼진, 볼넷수가 적은 이치로는 토니 그윈에 비견될만 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토니 그윈(40,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은 내셔널리그 타격왕을 8차례나 차지한 '살아있는 전설'.

실제로 그윈은 3천타석 이상을 출전한 현역타자중 가장 높은 .338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출루율은 고작(?)
.388에 불과하다. 또한 그윈은 한 시즌 삼진수가 20개일 정도로 삼진에 야박하지만, 볼넷수도 40개 이상을 넘지 않는다.

제이슨 지암비(오크랜드 어슬레틱스)
, 제프 백웰(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뛰어난 선구안의 타자들이 1백개 이상의 볼넷, 4할대 중반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다소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의 완벽에 가까운 배트 컨트롤이 그에게 볼넷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치로 역시 그렇다. 1994년부터 7년연속 퍼시픽리그 타격왕을 지낸 이치로는 일본에서 시즌 평균 55볼넷-45삼진의 '토니 그윈형 수치'를 기록했다.

더불어 올킨스는 "하지만 파워는 그윈보다도 뛰어나며, 최소 12홈런 이상이 기대된다."며 이치로가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
가 빠져나간 3번타자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단정지었다.

또한 '일본야구와 메이저리그는 다르다'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이치로는 1999년 시애틀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등 미국 진출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팀동료 사사키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이치로는 빅리그 진출을 위해 '5년 계획'을 실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치로에 대한 시애틀의 기대는 실로 엄청나다. 시애틀은 그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따내기 위해 오릭스 블루웨이브에 1천3백만달러를 지불했으며, 이치로에게도 3년간 1천4백만달러를 쥐어줬다.

팀공격의 4분의1이었던 로드리게스를 떠나 보내고, 에드가 마르티네스(38)
의 나이가 부담스러운 시애틀의 올시즌 성적은 아무래도 이치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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