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감독 화가 장승업 다룬 신작 준비

중앙일보

입력

'춘향뎐' 의 임권택(65.사진) 감독은 담배 알레르기로 10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지난해 말 다시 물기 시작했다.

요즘은 하루 두 갑 정도 피운다. '춘향뎐' 의 후속 작품을 고민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손을 댔다고 한다.

임감독은 "뭔가 새롭고 달라진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춘향뎐' 에 머물러 앉아선 절대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고 말했다.

그가 고뇌 끝에 다음 영화의 소재를 선택했다. 조선 후기 화가인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1843~97) 이다.

'서편제' '춘향뎐' 을 통해 우리 소리의 뿌리를 찾아나섰던 그가 이번엔 그림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림과 영화가 무엇보다 시각적 이미지에 기대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한국 영화의 큰 기둥인 그가 어떤 작품을 빚어낼지 기대가 크다.

그런데 왜 장승업일까. 임감독은 오원이라는 화가를 통해 예술과 인생의 관계를 천착하겠다고 밝혔다. '서편제' '춘향뎐' 과 달리 한 인간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겠다고 약속했다.

"화가를 다루는 영화에 도전하는 만?영상 자체도 이전 작품과 달라져야 합니다.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머뭇거렸지만 용단을 내렸어요. 결국 모든 것은 부딪쳐서 돌파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장습업은 안견(安堅) .김홍도(金弘道) .정선(鄭敾) 과 함께 조선시대 4대 화가로 꼽히는 화가.

고아로 태어난 그는 금전.명예.권력, 심지어 가정까지 하찮게 여기며 화폭에 열정을 다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술을 무척 좋아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감독은 그와 동고동락해온 촬영감독 정일성씨와 함께 이같은 장습업의 호탕하고 정열적인 삶을 재현할 계획이다. 오는 5월 촬영에 들어가 내년 개봉을 목표하고 있다.

제작사인 태흥영화사 이태원 대표는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춘향뎐' 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내년 칸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대표는 "경우에 따라 칸에서 먼저 작품을 선보인 뒤 국내 개봉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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