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를 뭐하러 사나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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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호 30면

서울의 대중교통 체계는 대단하다. 내 차 없이 서울에서 10년 넘게 살았지만 전국 곳곳의 마을과 산, 바닷가를 다녀오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한국의 교통망은 쉽고 편리하게 잘 짜여 있다.

서울 인구를 고려할 때 체계적 교통 시스템이 없다면 수많은 사람이 제대로 생활하기 어려울 것이다. 서울의 지하철은 하루에 600만 명을 실어 나른다고 한다. 서울 인구의 절반이 매일 지하철을 탄다는 의미다. 서울 지하철은 다른 나라 도시의 지하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쾌적하고 효율적이며 편리하다. 시민들은 서울의 지하철이 얼마나 뛰어난지 모르는 듯하다.

나는 미국에서 자랐지만 지하철은 대학시절 런던에서 처음 타봤다. 당시 지하철에 대한 기억은 ‘두려움’이다. 지하철 노선도는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달려들 듯 움직였다. 난 길을 잃을까 두려웠다. 처음엔 런던의 지하철 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야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런던 지하철 시스템을 이해하고 난 후에 ‘런던의 도시계획 입안자들은 천재’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서울과는 비교가 안 된다. 런던 지하철은 정확성·청결성·요금 등에서 서울에 한참 뒤진다. 예정시간보다 늦게 오는 경우가 흔하고 테러 위협에도 노출돼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금이 비싸다.

이후 세계 각국을 다니며 주요 도시의 지하철을 대부분 이용해봤는데 런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뉴욕의 지하철은 낡고, 믿을 수 없고, 좀 무섭다. 미국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서민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도쿄의 지하철은 운영업체가 너무 많아 복잡하고, 요금도 상당히 비싸다. 베를린의 지하철은 낡고, 시대에 뒤처졌다. 여전히 종이 티켓을 쓴다. 파리의 지하철은 한마디로 ‘악몽’이다.

서울 지하철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값싼 요금이다. 기본 요금이 1050원으로 올랐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여전히 싸다. 1달러 정도 되는 돈으로 이렇게 편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도시를 찾기 어렵다. 저렴한 비용과 효율성 덕분에 서민뿐 아니라 각계각층 인사 모두 지하철을 이용한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이명박 대통령을 3호선 역사에서 만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서울 시민이 자랑할 만한 지하철과 함께 환상적인 버스 운행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버스 정류장은 깔끔하고 행선지 정보가 분명하다(한국어를 안다면 이해하기도 쉽다. 외국인 관광객은 영어 안내문이 있는 지하철을 더 선호하지만). 무엇보다 멋지고 놀라운 건 버스 전용차로다. 나는 버스 전용차로를 사랑한다. 러시아워에 다른 도로는 꽉 막혀 있지만 버스는 쌩쌩 달린다. 꽉 막힌 도로에서 택시 미터기 요금이 올라가는 걸 보면 얼마나 짜증 나는가. 버스를 타면 그럴 일이 없다. 서울 도로에 버스 전용차로가 더 많이 만들어지면 자가용 이용자 숫자는 지금보다 많이 줄어들 것이다.

서울 대중교통 시스템의 또 다른 놀라운 점은 연결성이다.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도 버스·지하철을 갈아탈 수 있다. 혁명적이고 감동적이다. 해외 다른 도시들이 벤치마킹하는 대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궁금하다. 이렇게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돼 있는데, 아직도 많은 시민이 왜 자가용 출퇴근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서울에는 하루 300만 대의 승용차가 돌아다닌다. 대부분 한두 명이 타고 있을 뿐이다. 나는 더 많은 시민이 차는 집에 두고, 서울의 이 놀라운 교통 시스템을 이용했으면 좋겠다. 그것은 서울의 교통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키고, 환경을 더욱 쾌적하게 하는 길이다. 또 서울을 진정한 글로벌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미셸 판스워스 미국 뉴햄프셔주 출신. 미 클라크대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아트를 전공했다. 세종대에서 MBA를 마치고 9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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