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바라는건…" '삼성 2인자' 최지성 숙제 4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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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성

이건희(70) 삼성전자 회장이 ‘도전’을 화두로 꺼내 들었다. 이 회장은 8일 삼성그룹 신입사원들에게 전하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100년 삼성을 향한 도전의 길’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새로운 출발점에 선 지금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번 실패했다고 두려워하거나, 절대 물러서지 말아달라”며 “실패는 여러분들의 가장 큰 자산이요 삼성인의 특권인만큼 도전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삼성그룹의 2인자 자리에 오른 최지성(61) 신임 미래전략실장에게 이 회장이 바라는 것도 이 메시지와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것이 삼성그룹 측의 설명이다. 일단 최 신임 실장에 거는 사내·외의 기대는 두텁다. 그가 잇따라 소니와 노키아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며 보여준 실력 덕분이다. 최 실장은 이날 삼성그룹 서초 사옥으로 출근해 미래전략실 소속 팀장단 회의를 주재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그룹 내 대표 계열사(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에서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자리로 보직이 바뀐 최 실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크게 네 가지다. 무엇보다 ‘이건희 회장의 눈’이 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특정 현안이 있으면 끊임없이 묻고 사색하는 이건희 회장이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인사이트(통찰력)를 제공하는 게 최 실장의 가장 큰 책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번 유럽출장처럼 이 회장이 경영현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최 실장이 먼저 현장을 찾아 상황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한 해결책이나 비전 등을 이 회장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며 “현장과 시장에 밝은 최 부회장이 이 회장의 이런 갈증을 어느 정도는 해소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이후의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할 책무도 맡았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5조8500억원에 이르는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73%가량인 4조2700억원이 스마트폰을 앞세운 IM부문(IT·모바일)에서 나왔다. 반도체에서는 7600억원, 디스플레이에선 28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린 게 전부다. 올 1분기 현재 전 세계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기반 스마트폰의 45.5%를 삼성 제품이 차지할 만큼 잘나가지만, 업계에서는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확실히 내놓을 제품이 없는 것은 한계로 꼽는다.

 그룹사 간 불균형 해소도 미래전략실장으로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지난해 삼성그룹이 올린 224조8000억원 매출 중 164조7000억을 삼성전자 한 회사에서 벌어들였다. 그룹 전체 매출의 73%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미래전략실장으로서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도 당면한 과제다. 삼성은 2010년 5월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 등 다섯 가지 분야에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5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눈에 띌 만한 성과는 내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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