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받지 못한 ‘레미제라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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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빅토르 위고의 명작 『레미제라블』에는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투옥돼 19년 만에 출소한 장 발장이 나온다. 머물 곳 없이 떠돌다 성당을 찾은 그에게 미리엘 주교는 먹거리와 잠잘 곳을 마련해 준다. 하지만 장 발장은 다음 날 성당에서 은접시를 훔쳐 달아난다. 경찰에게 붙잡혀 성당에 끌려온 장 발장에게 미리엘 주교는 “왜 은촛대는 가져가지 않았느냐”는 말로 죄를 용서한다.

그러나 소설 속 이야기는 현실과 달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대흥동의 한 성당 자판기에 든 라면·오렌지주스와 현금 6만원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고교생 함모(16)군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올 3월 초 새벽에 성당 옥상 창문을 열고 들어가 자판기를 털다 성당 직원 김모(50)씨에게 붙잡혔다. 김씨는 곧바로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공범 류모(15)양 등은 지난달 30일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훈계해 돌려 보내려다 똑같은 수법으로 성당만 세 차례 골라 턴 비행 청소년이란 점을 감안해 ‘버릇을 고쳐야 한다’며 신고한 것으로 안다”며 “‘성당에서 물건을 훔치면 봐주지 않을까’라고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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