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사통팔달 아파트, 정말입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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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광고는 기본적으로 화장발이다. 실제보다 더 예쁘게 보이려고 하는 거니까. 과대 광고는 고객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하는 진한 화장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덧칠을 심하게 하다 보면 실제가 가려질 수 있다. 이쯤 되면 과장을 넘어 허위 또는 사기 광고 논란이 벌어지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표현이 한둘이 아니다. ‘100% 취업 보장’ ‘전철역 도보 3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험’ 등이 그런 예다. 사람들은 이런 과잉 홍보에 하도 많이 노출된 탓에 으레 그렇거니 할 정도다.

 아파트 분양광고도 예외가 아니다. ‘사통팔달의 교통’과 ‘최적의 교육여건’은 약방의 감초 격이다. 하지만 이런 과대 광고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반기를 든 이들이 있다.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의 우미린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다. 이들은 분양광고만 믿고 계약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며 시행사인 선우산업개발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집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이 교통과 교육시설, 쾌적한 주거환경인데 제대로 지켜진 게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565호 법정은 분양계약 취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원고(573명)로 넘쳐났다.

 우미린아파트는 한강신도시 C지구에서 가장 먼저 지난해 11월 입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원고들은 분양할 때 시행사가 약속한 기반시설 중 들어선 것이 없다며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선우개발은 지하철 5·9호선과 연결되는 경전철이 올해 완공되면 서울 도심에서 1시간이면 된다고 홍보했으나 지금 경전철은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다. 입주예정자협의회의 배만식 회장은 “김포시가 경전철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한 2010년 6월 이후에도 시행사는 분양광고에 경전철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제2 외곽순환도로는 아파트 분양 당시 착공 시기가 불투명했으나 2009년 착공 예정이라고 광고했다. 하지만 이 도로는 아직도 착공되지 않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2010년 8월 김포교육청이 “개교 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학생들을 수용할 수 없다고 김포시에 통보했으나 시행사가 이를 무시하고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공문도 공개했다. 이들은 또 시행사가 ‘완벽한 생활 인프라’라고 홍보했으나 아파트에서 직선거리로 1㎞ 안에 들어설 쓰레기소각장과 납골당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지적에 대해 선우개발 측은 “원고들이 문제 삼는 기반시설 미비는 김포시·LH공사·국토해양부 소관이며,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지자체의 도시계획이나 중앙정부의 도로 건설 추진이 발표된 것보다 늦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은 일부 이해하지만 모든 책임을 시행사가 져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원고들은 현재 재산도 압류당한 상태다. 중도금을 대출해 준 우리은행과 대출보증을 선 주택금융공사가 채권 확보 차원에서 이들의 부동산·예금·채권 등을 가압류한 것이다. 한 입주 예정자는 “불량식품을 만든 회사는 당연히 잘못을 시인하고 반품을 받고 피해보상에 나서야 하는데, 우미린 측은 구입한 사람들에게 그냥 먹으라고 밀어붙이는 꼴”이라고 말했다. 광고는 실제보다 포장이 화려하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이 된 과대 광고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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