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건에 990원' 결제방식 역이용한 신종 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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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직장인 노모(40)씨는 얼마 전 수사기관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모바일 소액결제 사기 범죄의 피해자’라는 내용이었다. 노씨는 그제야 지난 한 해 동안 자신의 휴대전화 요금청구서에서 빠져나간 ‘수상한’ 소액결제 내역의 정체를 알게 됐다.

모바일 성인 화보업체 D사의 이름으로 건당 990원씩 빠져나간 소액결제는 한 달에 서너 번씩 총 26번에 이르렀다. 노씨는 수사 당국에 “소액결제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사기인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봉석)는 6일 노씨 등 휴대전화 사용자 몰래 서비스 요금을 청구해 수억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D사 대표 김모(29)씨를 구속기소하고 공범 김모(33)씨를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 등이 지난해 휴대전화 무선망 결제 프로그램을 조작해 사용자가 마치 소액결제를 이용한 것처럼 꾸민 뒤 요금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해왔다.

조사 결과 김씨 등은 휴대전화 사용자 2만2000여 명으로부터 2억 87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김씨 등은 특히 무선망 결제 방식은 결제 대금이 3000원 미만이면 별도의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1000원 미만이면 이용 내역을 문자메시지(SMS)로 통보하지 않는 점을 이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소액결제의 경우 사용자들이 청구 내역을 잘 확인하지 않는 데다 허위로 청구됐다고 의심해도 이의제기 절차가 복잡한 점을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휴대전화 소액결제라도 사용자에게 즉시 통보하도록 이동통신업계의 관행을 바꿔야 신종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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