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빵배구에 빠진 새, 올림픽 12년 빠진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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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배구에서 블로커를 피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높이’로 압도하든지, ‘스피드’를 이용해 타이밍을 빼앗든지다. 세계 배구의 추세는 후자다. 그러나 한국 배구는 전자를 고수하고 있다. 변화에 둔감한 한국 배구는 12년째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한국 배구는 왜 세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을까. 프로배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이른바 ‘몰빵배구’다. 오래전부터 이 비판이 나왔지만 바뀌진 않았다.

 가빈 슈미트(26·2m7㎝·전 삼성화재)로 대표되는 외국인 선수들의 장점은 높이다. 긴 팔다리와 큰 키, 점프력에서 나오는 타점 높은 공격이 주무기다. 그래서 포지션도 주로 수비 부담이 작은 라이트를 맡는다. 세터가 올려 주는 공을 훌쩍 뛰어올라 때리면 그만이다.

 자연스레 국내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에 맞춰 특화된 플레이를 한다. 끈끈한 수비와 탄탄한 리시브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게 우선이다. 대학에서 라이트로 뛰었던 국내 선수가 프로에 와서 수비 부담이 큰 레프트로 전향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국내 선수의 공격력은 약해지고, 수비력만 좋아지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프로배구에 익숙한 선수들이 국제무대에 나왔을 때 문제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탄탄한 수비력을 갖췄지만 정작 해결사 노릇을 해 줄 선수가 없다. 국내 선수 중에 높이가 좋은 문성민(26·현대캐피탈)이나 박철우(27·삼성화재·이상 1m98㎝)가 공격을 책임진다고 해도 역부족이다. 유럽이나 남미 선수의 높이와 파워에 밀릴 수밖에 없다.

 남자배구 대표팀은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런던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참가하고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던 치욕을 딛고 12년 만의 올림픽 본선행에 도전했다. 하지만 한국은 1, 2차전에서 이란과 세르비아에 완패했다.

 5일 열린 일본과의 3차전에서도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해 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본선행 티켓을 따려면 세계예선에 참가한 8개국 중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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