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우먼, 루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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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녀’ 스테이시 루이스(27·미국·사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또 한 번의 인간승리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루이스는 4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로웨이의 스톡턴 시뷰골프장(파71)에서 끝난 대회에서 최종 합계 12언더파로 우승했다. 첫날부터 선두를 달린 끝에 캐서린 헐(30·호주)을 4타 차로 누르고 지난 4월 모빌베이클래식에 이어 시즌 2승째를 기록했다.

 루이스의 별명은 ‘철녀’다. 열한 살 때 척추뼈가 휘는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은 그는 열여덟 살 때 척추에 티타늄 고정물과 5개의 나사를 삽입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스테이시 루이스가 척추측만증 수술 후 찍은 X선 사진. 티타늄 막대와 5개의 나사가 보인다. [중앙포토]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루이스는 하루 18시간씩 교정기를 차고 지내면서도 틈만 나면 교정기를 풀고 골프를 한 독종이었다. 나사가 뼈를 쑤시는 고통도 참아냈다. 수술 뒤 6개월 동안 침대에 누워 지냈던 루이스는 일어설 수 있게 되자마자 필드로 돌아왔다. 루이스는 “의사가 다시 골프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한 번도 골프를 못할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과연 ‘철의 여인’이었다.

 아칸소대에서 회계와 재정을 전공하며 골프팀으로 활동한 루이스는 대학 졸업 뒤인 2008년 12월 퀄리파잉(Q) 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했다. 하지만 2011년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래도 루이스는 “척추측만증을 앓으며 투지와 인내를 배웠다”며 조급해하지 않았다.

 루이스는 올 시즌 승승장구하고 있다. 10개 대회에서 2승을 포함해 톱10에 일곱 차례 들었고 상금랭킹 3위(69만9246달러)에 올라 있다. 미국 선수 중 최고 성적이다. 수술은 했지만 아직도 척추측만 정도가 심한 장애를 겪고 있는 루이스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어린이들을 돕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루이스는 “어린 시절부터 미국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왔는데 오늘 드디어 그 꿈을 이뤘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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