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또 … 6개월새 8번째 학생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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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구지역에서 10대 학생이 또다시 투신 자살했다. 지난해 12월 대구의 한 중학교 2학년 권모(13)군이 상습적인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지난 2일 대구 모 고교 1학년 김모(16)군에 이르기까지 무려 8명이 잇따라 목숨을 던졌다.

 3일 대구수성경찰서에 따르면 김모군은 전날 오전 인근 중학교 운동장에서 축구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축구를 한 뒤 오후 7시쯤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군은 이날 낮 12시쯤 자신이 인터넷에서 활동 중인 축구모임의 회원들에게 카카오톡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군의 아버지(44)는 “문자메시지에서 ‘2년간 힘들었다. 그놈과 싸우기로 약속했다. 어차피 맞아 죽을 것. 내 스스로 죽을 예정’이라는 글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 동아리 회원 중에 누군가가 아들을 괴롭힌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군은 평소 축구를 좋아해 중학교 2학년 때 이 동아리에 가입했으며 같은 중학교 동기들인 회원 20여 명이 매주 한차례 오전 6시부터 4시간 동안 학교 운동장에 모여 운동을 했다.

 김군은 지난 2월 A4용지 3장에 유서 형식의 글을 쓴 사실도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라는 제목의 글에는 ‘더 이상은 살기 힘들 것 같아요. 조금만 잘못해도 어떤 나쁜 녀석에게 맞았어요. 축구 시간에 10분 늦었다고 때렸어요. 고막이 찢어진 것도 그 녀석 때문이고요’라고 적었다. 김군의 아버지는 “아이가 글을 쓴 뒤 찢어 휴지통에 버린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며 “아이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데다 행동에도 이상이 없어 친구와의 단순한 불화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고막을 다친 것에 대해서는 “‘친구와 장난을 치다 그랬다’고 해 그대로 믿었다”고 했다.

 김군의 담임교사 박모(52)씨는 “김군은 성격이 밝고 성적도 상위권에 드는 등 모범생이었다”며 “수차례 면담에도 폭행이나 괴롭힘을 당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축구 동아리 회원 가운데 김군을 괴롭힌 학생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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