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후의 2012 미국대학 입시전략 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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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입시에서 스토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입학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교과와 비교과 분야에서 상향 평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위권 상위권 대학에선 공인시험은 물론 체계적인 비교과 포트폴리오까지 갖춘 지원자들이 경쟁하므로 스토리의 비중이 더욱 커진다. 스토리는 특정 형식에 맞춰 준비하기 어렵다. 경진대회·클럽활동 등 비교과 분야처럼 정해진 틀 안에서 활동이 이뤄지지도 않는다. 사용된 스토리를 다른 지원자가 재사용하면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다른 지원자에게선 찾을 수 없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써야 한다.

 수험생들의 많은 실수 중 하나는 스토리가 화려하고 특별한 경험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억지로 스토리를 만들다 보니 자신에게만 만족스럽고 입학사정관에겐 진부한 스토리가 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특정 분야에 집중된 경험을 만들고 이를 살려 스토리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원서의 다른 요소에는 나타나지 않는 지원자의 개인적인 특징이 드러나야 한다는 점이다. 특징은 특별한 경험에 바탕을 둘 필요도 없다.

 수험생들은 ‘한 두 가지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지, 다방면에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지’ 많이 질문한다. 명문대는 다재다능한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소문이 돌지만, 특정 분야에 뛰어난 지원자를 자주 선발하는 MIT, 스탠퍼드대를 보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정답은 ‘둘 다 선호한다’다. 다재다능한 지원자, 특정 분야에 뛰어난 지원자가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이 반을 구성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다양성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대학은 계획에 따라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지원자만 원하지 않는다. 캠퍼스의 모든 학생이 완벽주의자라면 얼마나 피곤할지 생각해보라. 미국 대학은 지원자의 발전 가능성처럼 비계량적인 요소까지 평가에 반영한다. 팔방미인에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야지만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해다. 실제 재학생 중에도 이런 오해를 뒤집는 여러 사례가 있다.

 입학사정관에게 보여지는 나만의 스토리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흔한 경험에서 시작해도 무방하다. 입학사정관이 숫자로는 파악할 수 없는 지원자만의 생각을 머릿속에 그리고 우리 대학 캠퍼스의 다양한 일원 중 한 명으로 입학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면 그만이다. 지원자의 스토리와 이미지를 입학사정관에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는 칼리지 에세이 역시 특별한 경험에 바탕을 둘 필요가 없다. 화려한 작문과 표현형식도 금물이다. 충실한 내용 없이 화려하기만 한 에세이는 나쁜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는 잘못된 방향으로 에세이를 지도 받은 지원자에게서 흔히 발견된다. 지원자의 영어 작문 실력은 추천서에서 가감 없이 드러나므로 스타일이 아닌 스토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필자가 에세이 스토리 구성을 지도한 학생의 사례를 보면, A는 수학·과학 성적은 우수하지만 영어·역사는 C, D였다. 취미는 인터넷 소설을 읽기며 가끔 판타지 소설을 써서 인터넷에 올리는 등 비교과 활동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인생에 대한 생각은 많아 만나는 사람마다 플라톤과 프리메이슨에 대해 설명했지만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작문을 지도 받으며 꾸준히(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쓸 데 없는) 인터넷 소설가 활동을 지속했었다. 여기에 다른 여러 활동들을 연계해 철학·물리·작문 프로그램이 우수한 대학들로 지원대학 목록을 작성했다. 희망 전공은 과학사였으며 장래희망은 내셔널지오그래피와 같은 과학잡지의 기자였다. 특별할 것이 없는 사소한 일상의 활동과 평소 생각을 스토리로 구성해 최상위권 리버럴 아츠 대학(Liberal Arts College)에 합격했다. 입학사정관이 관심을 가질 스토리를 만들어낸 좋은 사례다.

<권순후 real sat 어학원 대표, 『어드미션 포스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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