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정권 위한 시국치안 집중…인력·예산 늘어도 수사 지원 뒷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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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2001~2010)간 경찰의 예산과 인력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인 사건을 비롯한 강력 범죄는 거꾸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흉악 범죄가 늘어난 이유는 경찰 예산과 인력의 경비·보안 분야 쏠림 현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민생치안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범죄예방·수사 분야는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는 1일 한국경찰연구학회와 공동으로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18대 대통령선거 치안공약 검증’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백석대 석청호(경찰학) 교수는 이날 ‘국립경찰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통해 본 차기 정부의 치안정책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석 교수는 통계를 인용했다. 2001~2010년 경찰 예산은 4조3707억원에서 7조4987억원으로, 인원은 9만8819명에서 10만1108명으로 는 반면 살인·강도·성폭력 등 흉악범죄는 인구 10만 명당 2001년 31.5명에서 2009년 52.9명으로 67.9%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국민 10만 명당 전체 범죄 발생건수가 2001년 4193건에서 2009년 4356건으로 증가(3.8%)한 반면 미국(-16.8%)과 일본(-37.8%)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찰 예산이 민생치안과 무관한 곳에 쓰이는 경향도 뚜렷했다. 2001~2010년 수사부서 예산은 평균 4.1%에 불과했지만 비수사 예산은 24.8%에 달했다. 경찰 인력 비율도 경비부서는 2002년 7.4%(6737명)에서 2009년 10.2%(1만139명)로 늘었지만, 수사부서는 0.8%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석청호 교수는 “정권 보호 차원의 시국치안에 경찰 인력과 예산이 집중됐고 인사에서도 민생치안과 무관한 부서를 오래 거친 사람이 승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퇴임한 조현오(57) 전 경찰청장도 경찰청 경비국 등 비수사 부서를 주로 거쳤다.

 이날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차기 대통령 선거는 구체적인 민생 치안 공약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대 정웅(경제학) 교수는 “ 민간경비업체나 자율방범대를 응용하는 등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지 권석천 논설위원은 “치안 정책은 공약보다 높은 차원에서 다뤄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며 “경찰 상부의 권한을 하부에 폭넓게 위임해 현장에서 대응능력을 키우는 조직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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