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어니 엘스 “그린에 물 좀 줘”

중앙일보

입력

베테랑 골퍼 어니 엘스(남아공)가 화가 잔뜩 났다. 경기가 열린 코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어니 엘스는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인근의 웬트워스 골프장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 BMW PGA 챔피언십 3라운드에 출전했다.

엘스는 18번 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시도했다. 샷은 정확히 핀을 향했고 바운스 된 후에 홀 가까이 멈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린에 떨어진 공은 크게 튀어 올라 그린 옆 벙커 속 모래에 꽂혔다. 거세게 불어 닥친 바람과 강한 햇빛으로 그린이 딱딱하게 굳었기 때문이다. 어니 엘스는 상기된 표정으로 한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그린 근처에 있던 코스 관리인에게 큰 소리로 화를 냈다.

경기 후 그는 “내 공은 그린 위에서 멈출 수 있었다. 왜 공이 멈추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이 곳 코스 관리인이 되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15번 홀에서 경기 위원에게 ‘그린에 물을 좀 뿌려 달라’고 얘기했더니 그가 ‘어제 밤에 충분히 물을 뿌려 괜찮다’고 했다. 난 그에게 ‘머리로만 수분양을 계산하는 과학자가 되려 하지 말고 직접 여기서 공을 쳐봐라’라고 큰소리로 말했다”고 했다.

어니 엘스는 2년 전 이 골프장이 새 단장을 할 때 코스 디자이너로 참여했었다. 그는 “18번 홀을 설계하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는지 아는가. 어떻게 이런 코스 상태로 경기를 치른다고 하는지 납득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회가 열린 웬트워스 골프장은 많은 선수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강한 바람에 영향을 크게 받는 코스 지형과 그린의 경사도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어니 엘스는 “코스가 어려운데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들이 미흡해 선수들이 이곳에서 경기하기 싫어한다”며 “15번, 16번, 17번, 18번 홀에 문제가 많다. 이 부분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어니 엘스는 이 날 경기에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중간합계 5언더파로 선두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에 6타 차 공동 4위다.

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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