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차르’ 세친 푸틴과 함께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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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고리 세친

블라디미르 푸틴(60) 러시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을 이끌었던 ‘에너지 차르(옛 러시아 황제)’가 돌아왔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푸틴의 최측근인 이고리 세친(51) 전 부총리가 러시아 최대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티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푸틴은 전날 새 내각 구성을 발표했지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7) 총리의 영향력을 능가한다는 ‘회색 추기경(숨은 실력자)’ 세친이 명단에 보이지 않자 그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로스네프티는 연간 이익이 120억 달러(약 14조원), 기업의 시장가치가 최소 660억 달러(약 77조원)로 평가되는 기업이다.

 세친은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2008~2012) 정부 내 최고 요직인 에너지 문제 총괄 부총리를 지냈다. 2004~2011년 로스네프티 이사회의 의장을 맡았지만, 지난해 메드베데프가 관료들의 국영기업 임원 겸직을 금지하면서 물러났다.

 세친은 메드베데프가 로스네프티 등 주요 에너지 관련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하려 하자 반기를 들기도 했다. 당시 총리였던 푸틴이 개입해 비(非)에너지 분야 국영기업들만 민영화하도록 결정했다. 세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세친은 로스네프티 의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에너지 부총리로서 로스네프티가 미국·노르웨이·이탈리아 등과 프로젝트 계약을 맺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었다.

 부총리까지 지냈던 세친이 석유기업의 CEO로서 메드베데프 총리와 그 측근인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부총리를 상관으로 모시게 됐다는 점을 들어 ‘좌천’이라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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