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근 중앙시평, 중학 교과서 실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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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하 700m에 69일 동안 매몰됐던 광원 33명이 모두 기적적으로 구조되었다… 애타게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던 광원들은 정작 구조의 시간이 다가오자 서로에게 먼저 나가라고 권하면서 ‘살아 나오는 순서’를 양보했다… 제 것을 버림으로써 가장 귀한 것, 금보다 구리보다 더 소중한 것, 사랑을 채굴(採掘)해냈다.’

 2010년 10월 18일자 중앙일보 39면에 실린 ‘중앙시평’의 일부다. 이우근(법무법인 충정 대표·64·사진) 변호사가 기고한 칼럼이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라는 제목의 이 글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칠레의 광산 사고를 소재로,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빛을 발하는 사랑의 모순과 감동을 담았다.

 이 변호사가 쓴 중앙시평이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도서출판 디딤돌이 출간한 중학교 3학년 1학기용 국어 교과서다. 신문·TV 등의 언론 보도를 다룬 ‘세상을 보는 눈’이라는 단원에서 ‘더 읽을 거리’로 소개했다.

 편집진은 칼럼 전문을 게재하면서 ‘다음 논평을 읽으며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이 글쓴이에게 어떤 깨달음과 감동을 주고 있는지 음미해보자’는 과제 글을 붙였다. 출판사 측은 “교과서 집필진의 협의를 통해 언론 논평 가운데 독자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면서 글의 구성과 문장 표현이 아름답게 드러난 이 글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지나치게 과분한 영광이다. 아무쪼록 글이 청소년들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넓혀가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2010년부터 3주에 한 번 중앙일보에 중앙시평을 기고하고 있다. 이 변호사의 칼럼은 법조분야는 물론 교육·종교·역사·문화·예술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활용한 글을 보면 법조인은 대개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여지 없이 무너진다.

 그는 ‘정통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법복을 입었던 30여 년 동안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수석교수, 서울고법 수석부장,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 법원내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이 변호사는 ‘신과 음악을 가슴에 품은 문필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판사 시절 저녁 시간을 쪼개 신학원에 다녀 정규 졸업장을 받았다. 지난해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법조인·의사·교수가 주축인 아마추어 음악모임 ‘데뮤즈’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의 명예지휘자로서 직접 공연을 한 적도 있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도 문학·철학·역사·종교·음악 등 인문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글을 통해 독자들과 공감하고 소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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