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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다저스 역사 (5) - 다시 영광을 위해

중앙일보

입력

1947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 5회, 리그 우승 14회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의 '영원한 강호'로 군림했던 다저스는 1981년을 기점으로 '영원한'이란 꼬리표를 떼어냈다.

물론 다저스는 1983년과 1985년에도 지구우승을 차지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덜미를 잡혔으며, 1986년과 1987년에 올린 .451의 승률은 20년만에 나온 가장 나쁜 기록이었다.

오렐 허샤이저가 진정한 '불독'의 힘을 보여준 1988년, 다저스는 다시 지구 1위로 올라섰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데려온 외야수 커크 깁슨은 28개의 홈런을 때리며 공격을 주도했으며, 허샤이저는 팀 선배 돈 드라이스데일이 가지고 있던 연속이닝무실점기록을 '59'로 늘려놨다.

하지만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점치는 전문가는 별로 없었다. 허약한 공격력으로 데이빗 콘-드와이트 구든-론 달링으로 이어지는 메츠의 삼각편대를 뚫을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드시리즈에서는 104승을 거둔 최강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만날 것이 유력했다.

그러나 다저스에는 1988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허샤이저가 있었다.

비록 허샤이저는 팀타선의 불발로 1차전과 4차전에서 모두 패전의 멍에를 안았지만, 7차전의 완봉승으로 다저스를 월드시리즈로 이끌었다. 오클랜드와 격돌한 월드시리즈. 그러나 호세 칸세코와 마크 맥과이어의 '배시 브라더스'도 허샤이저 앞에서는 솜방망이에 지나지 않았다.

허샤이저는 2차전의 완봉승, 최종전인 4차전의 2실점 완투승으로 챔피언십 시리즈 MVP, 월드시리즈 MVP를 동시에 수상했다. '부상병' 깁슨은 1차전 9회말 대타로 출장, 데니스 에커슬리로부터 극적인 대타홈런을 뽑아냄으로써, 기선제압의 일등공신이 됐다.

극적인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다저스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1989년 지구 4위에 머물렀던 다저스는 1991년 대럴 스트로베리와 브렛 버틀러의 영입으로 잠시간 활기를 되찾는듯 했지만, 1992년에는 99패를 당하며 그 해 메이저리그 최악의 승률을 기록했다.

다저스를 다시 일어서게 만든 것은 40년전 브랜치 리키가 다져놓은 '신인농장'이었다.

1992년에는 에릭 캐로스가 나타나 에디 머레이로부터 1루 자리를 물려받았으며, 1993년에는 마이크 피아자가 신인포수 홈런기록을 35개로 늘려놨다. 1994년에는 라울 몬데시가 강견을 자랑하며 메이저리그 신인 어시스트기록(16개)을 세웠다.

1995년에는 '토네이도 열풍'이 불었다. 일본야구 퍼시픽리그 다승왕 출신인 노모 히데오는 전매특허인 포크볼을 내세워 236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새로운 '닥터K'로 부상했다. 결국 1996년 토드 홀랜스워스의 신인왕 수상으로 다저스는 신인왕 제도가 도입된 1947년 이후 최초로 5년연속 신인왕 배출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파업으로 중단됐던 리그가 재개된 1995년, 다저스는 홈런군단 콜로라도 로키스를 꺾고 지구 우승을 차지했지만, 처음으로 치뤄진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신시내티에게 3연패로 물러나고 말았다.

1996년 7월 토미 라소다는 심장이상으로 쓰러지며, 결국 20시즌동안의 감독생활을 마감했다. 빌 러셀 감독대행체제로 시즌을 마무리한 다저스는 와일드카드를 획득했지만, 다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게 3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1998년 3월 19일, 충격적인 뉴스가 발표됐다. 구단주 피터 오말리가 더 이상 구단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며 다저스를 FOX의 루퍼트 머독에게 넘긴 것이다. 48년간 이어졌던 오말리家의 지배는 그렇게 끝이 났다.

테드 터너의 애틀란타를 이기기 위해 야구판에 끼어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던 머독은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했지만, 그의 어색한 돈에 다저스는 체하고 말았다. 전통적으로 팜을 중시하는 팀에게 주어진 백지수표는 급히 먹은 밥이었던 셈이다.

시즌 중반 다저스는 '프랜차이스 플레이어' 마이크 피아자와 3루수 토드 질을 플로리다 말린스로 보내고 게리 셰필드, 바비 보니아, 짐 아이젠라이크, 찰스 존슨을 받아오는 '블럭버스터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하지만 충격요법의 전혀 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성적은 더 떨어지며 지구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1999시즌을 앞두고 다저스는 빅리그 사상 최초의 억대계약(1억5백만달러)으로 케빈 브라운을 영입하고, 새사령탑으로 명장 데이비 존슨을 데려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에는 션 그린까지 보강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의 의지를 불태웠지만 이제 구단은 대표적인 '밑빠진 독'이 되었을 뿐이다.

올시즌을 앞둔 스토브리그에서 '큰 손' 다저스의 소득은 미미했다. 화려했던 반세기를 이끌었던 팜(farm)도 아직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연 다저스는 명문의 역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 다저스 역사 (1) - 개척자 다저스
◇ 다저스 역사 (2) - 브루클린의 황금시대
◇ 다저스 역사 (3) - 투수왕국의 건설
◇ 다저스 역사 (4) - 창과 방패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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