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두달만에 강연…날짜보니 그날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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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30일 고향인 부산을 찾는다. 부산대학교에서 특강을 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4일 경북대 강연 이후 두 달여 만에 강연정치를 재개하는 셈이다. 부산대 총학생회의 요청으로 진행되는 이번 강연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란 주제다. 안 원장이 2004년 펴낸 책 제목과 같다. 안 원장은 지난달 9일에도 부산대에서 강연을 하려 했다. 하지만 4·11 총선 이틀 전 부산을 찾는 게 정치적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갑자기 취소했다. 당시 부산에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 등 노무현계 후보들이 ‘낙동강 벨트’를 치고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리인들과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당시 여의도 정가에선 그런 안 원장의 결정을 놓고 잠재적 경쟁자인 문 고문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번 강연이 주목되는 건 ‘시점’ 때문이다. 30일은 19대 국회 개원일이다. 민주통합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국 순회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일 때이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5월 23일) 이후 대선 출마 선언을 예고한 문 고문이나 6월 초 도지사직 사퇴설이 나오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정치 일정과도 겹친다. 본인의 대선 출마 문제에 대해 강연에서 질문이 나올 게 뻔하고, 안 원장으로서도 어떤 식으로든 입을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욱이 안 원장은 오는 2학기 강의를 신청하지 않았다. 그래서 6월 초 1학기 수업이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이어갈 거라는 예상이 많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강연은 ‘교수 안철수’를 끝내고 ‘정치인 안철수’로의 변신을 예고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 그런 무대로선 고향인 부산이 안성맞춤이다. 안 원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고교(부산고)까지 그곳에서 다녔다.

 안 원장을 둘러싼 정치환경도 총선 때와는 크게 달라졌다. 민주통합당은 예상을 깨고 총선에서 패배했다. 경쟁자인 문재인 고문은 낙동강 벨트에서 본인만 살아오는 바람에 표의 확장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전 위원장과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이는 역시 안 원장인 상황이다.

 ‘안철수 조기 영입론’이 나올 만큼 민주통합당도 몸이 달았다.

 성향 문제로 다소 부담스러웠던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는 의외의 돌출사건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국면이다. 민주통합당에서조차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보다 안철수와의 연대’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대선 행보를 시작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안 원장 측 관계자는 “특강 내용은 안 원장 자신밖에 모른다. 그러나 기존 특강의 연장선에서 보면 될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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